[발언대]장원근/교통질서를 보면 그 나라가 보인다

  • 입력 2004년 3월 24일 19시 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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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관계로 외국에 자주 다닌다. 독일에 갔을 때의 일이다. 뒤셀도르프 근처 조그만 시골 마을에 들렀는데 준법정신이 인상적이었다. 횡단보도와 정지 대기선 간의 거리가 상당히 긴 데도 불구하고 모든 차량이 정지 대기선을 지키고 있었기 때문이다.

시내 도로의 자동차들도 앞서가는 차량 뒤에 바짝 붙지 않았고 앞좌석은 물론 뒷좌석 탑승객까지 안전띠를 맨 모습에서 ‘교통문화 선진국이란 이런 거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본의 후쿠오카(福岡)시에서도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편도 1차로인 좁은 도로에서 갑자기 승용차가 멈춰 섰고 차문이 열렸다. 할머니와 아이가 차에서 내리는 한참 동안 뒤따르던 차들이 조용히 기다리는 게 아닌가.

한국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면 아마도 중앙선을 넘어 앞질러 가거나 요란하게 경적을 울려댔을 것이다.

외국이라고 해서 모두 좋은 인상을 주는 것은 아니다. 지난달 영국을 방문했는데 같은 유럽 국가인 독일과 비슷할 것이라는 기대는 첫날부터 어긋났다. 버밍엄에서는 횡단보도가 아닌 곳에서 아무렇게나 무단횡단을 하는 사람을 많이 보았다. 보행신호가 켜진 횡단보도를 그냥 지나쳐 가는 차량도 적지 않아 사실 길을 건널 때마다 겁이 났다.

그러면 우리나라는 어떤가. 길가에 손님이 보이면 뒤차는 아랑곳없이 함부로 차선을 바꾸는 택시, 버스전용차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1차로까지 마구 넘나드는 버스, 주택가에서도 예사로 시끄럽게 경적을 울려대는 승용차, 신호가 바뀌기를 기다리며 서로 먼저 가려고 횡단보도 앞에서 으르렁거리는 차량 운전자들….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인이 공항을 빠져나오면서 가장 먼저 보는 게 교통질서다. 차도 위의 질서는 그 나라의 국민성을 말한다고 하지 않는가.

장원근 회사원·서울 성북구 동선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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