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민주노총 제 할 일 해야

  • 입력 2004년 3월 24일 18시 41분


코멘트
민주노총이 올 단체협약에 노사의 통일 기여 조항을 신설하라고 산하 노동조합에 권고한 것은 어느 면으로 보더라도 적절하지 않다. 민주노총은 모범 조합원의 방북 경비 지원, 통일기금 조성, 통일교육 시간 할애를 기업에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통일은 국가가 정책적으로 접근해야 할 사안이다. 국가가 할 일의 비용을 기업에 부담시키는 것은 부당하다.

기업은 사적 이익을 추구하는 활동을 통해 국부와 고용을 창출하고 세금을 납부함으로써 국가 사회에 기여한다. 국내외의 어려운 여건 속에서 이러한 기본적 업무를 하기에도 허덕이는 실정이다.

민주노총은 ‘민족 구성원은 조국통일의 과제로부터 벗어날 수 없고 사용자도 예외가 아니다’는 주장을 한다. 통일이 우리 세대에 맡겨진 과제라는 인식에 이의를 제기할 뜻은 없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 통일의 방법과 속도를 놓고 견해가 다양할뿐더러 심각한 대립과 갈등마저 생기고 있다. 단체협약으로 기업을 묶어 특정한 방식의 통일운동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

민주노총이 근로조건과 관계가 없는 이라크 파병 반대나 통일운동에 나서는 것은 스스로 정체성을 잘못 인식한 데서 비롯됐다는 생각이다. 민주노총은 1980년대 후반 민주화운동의 바람을 타고 태동한 역사적 배경 때문에 시민단체적 역할을 자임하는 것 같다. 그러나 노동운동이 활발하고 역사가 깊은 유럽에서 노동단체는 시민단체 또는 비정부기구(NGO)에 포함되지 않는다.

민주노총은 불법 또는 법외(法外) 단체로 사회운동을 하던 시절의 의식과 관행에서 벗어나 법적 지위, 그리고 사회적 요구에 걸맞은 역할에 충실하기 바란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