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가톨릭대 의대교수 80명, 6년간 36명에게 등록금 지원

  • 입력 2004년 3월 18일 18시 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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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장학금을 전한 뒤 제자들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은 대구가톨릭대 의대 교수들. 박대환 권굉우 박정한 서헌석 교수(앞줄 왼쪽부터).     -사진제공 대구가톨릭대
18일 장학금을 전한 뒤 제자들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은 대구가톨릭대 의대 교수들. 박대환 권굉우 박정한 서헌석 교수(앞줄 왼쪽부터). -사진제공 대구가톨릭대
“제자와 스승 사이의 끈끈한 정이 의학 공부 못지않게 중요하다고 봅니다.”

대구가톨릭대 의과대학(학장 박정한·朴正漢)은 18일 가정형편이 어려워 등록금을 내지 못하는 의대 학생 6명에게 100만∼250만원씩 모두 1050만원을 나눠주었다.

이 장학금은 대구가톨릭대 의대 교수 120명이 십시일반으로 모아 마련한 것.

교수들은 1998년 외환위기가 닥쳤을 때 몇몇 학생들이 등록금을 내기 어려워 공부를 제대로 못하는 것을 보고 ‘한마음장학회’를 만들었다. 당시 학장이던 이상화 교수(68)가 “제자들이 어려운데 교수들이 가만히 있을 수는 없지 않느냐”며 장학회 구성을 제안했다.

처음 80여명이 참여해 만든 한마음장학회 회원들은 지금까지 월급에서 1만∼3만원씩을 떼 차곡차곡 쌓았다.

이렇게 모은 기금이 어느새 1억원. 장학회는 6년 동안 새 학기에 맞춰 36명에게 8000만원가량을 지급했다. 본과 4학년의 한 학생은 지금까지 7번이나 스승의 장학금을 받기도 했다.

이 학생은 “히포크라테스 같은 훌륭한 의사가 돼 교수님들의 은혜에 보답하겠다”고 말했다.

대구시학술상 상금으로 받았던 500만원을 장학기금으로 내놓은 박대환(朴大煥·49·성형외과) 교수는 “대학생 때 장학금으로 공부해 살아가면서 갚아야겠다는 생각을 해왔다”며 “교수들이 모으고는 있지만 넉넉하지 못해 아쉽다”고 말했다.

한마음장학금으로 공부한 뒤 취직한 간호학과 졸업생 5명은 550만원을 장학기금으로 보내왔다.

장학회장을 맡은 권굉우(權宏祐·60·정형외과) 교수는 “모두 어려운 상황에서 뜻을 모은 장학회라 뿌듯하다”며 “오래도록 좋은 전통으로 이어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대구=이권효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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