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교육비 경감 대책]<下>‘내신 부풀리기’ 해소 시급

  • 입력 2004년 2월 20일 19시 11분


교육인적자원부가 이번에 발표한 사교육비 경감대책 중 2008학년도부터 대학 입시에서 학교생활기록부의 비중을 늘리는 방침이 성공하려면 학생부에 대한 신뢰가 회복되어야 한다. 또 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교사의 자질과 수업 내용이 향상되지 않으면 이 대책은 물거품이 될 수 있다.

▽학생부 신뢰 회복=교육부는 학생부(내신) 위주로 대입 제도를 개편해 사교육에 몰린 학생과 학부모의 관심을 학교로 되돌려 공교육을 활성화한다는 계획이다.

사교육비 경감대책의 대부분은 ‘활성화 정책’이지만 이 대책만은 ‘억제 정책’이란 성격이 짙다. 우수한 학생을 유치하려는 대학들의 전형 방식에 제한을 두는 것이기 때문이다.

▼연재시리즈▼
<上>EBS수능강의 콘텐츠가 관건
<中>'수준별 수업' 인프라 갖춰졌나
<下>내신 부풀리기’ 해소 시급
▼관련기사▼

- 학원聯 “EBS 출강강사 채용 안할것”

그러나 이 정책은 대학들이 내신 성적을 믿지 못하는 한 지속되지 못하고 실패할 확률이 높다. 교육부가 그동안 내신 비중을 높이도록 권장했지만 대학들은 학생부 비중을 오히려 줄이고 있는 것이 단적인 예다.

대학 관계자들은 “내신 성적으로 수험생의 실력을 판단할 수만 있다면 내신 비중을 높일 것”이라며 “교육부가 내신 신뢰도 제고 방안을 제시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교육부는 8월까지 신뢰도 제고 방안을 만들겠다는 계획이지만 대학이 신뢰할 만한 척도를 만들어내기는 쉽지 않다. 대학들은 엄존하는 학교별 학력차를 거론하고 있으나 교육부는 이를 공식적으로 인정할 수는 없다는 정책 기조를 유지해왔다.

황대준(黃大俊) 성균관대 입학처장은 “전국 고교생을 상대로 일제히 시험을 보고 그 결과를 각 대학에 제공해야 내신 위주로 전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함께하는 교육시민연대 김정명신 회장은 “고교 내신을 석차에 따른 상대평가로 바꾸고 교사 평가권을 강화해야 성적 부풀리기 등이 사라지고 내신에 대한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교사평가제=현행 교원근무성적평정제도는 인사관리용이다. 교사의 자질 향상이나 수업의 질과는 거의 무관하다. 교육부가 교장 교감 동료교사 학부모의 다면평가식으로 평가 제도를 바꾸겠다는 것은 이 같은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교육 관련 단체의 교원평가제도에 대한 입장은 각기 달라 실제 제도가 마련될 때까지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한재갑 대변인은 “학부모가 교사평가에 참여하면 입시 경쟁을 더욱 가열시킬 수 있다”고 반대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송원재 대변인은 “우수 교원 선정은 현실적으로 힘들기 때문에 부적격 교사를 걸러낼 수 있는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면서 “개인이 아닌 학부모회 학생회 등이 평가에 참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반면 학부모단체들은 학부모는 물론 학생까지 교사 평가에 참여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교사들이 스스로 합리적 평가를 마련하고 이를 실천해야 한다고 지적하는 학부모와 학생들이 적지 않다.

기독교사연합인 ‘좋은 교사’는 지난해부터 회원인 초중고교 교사 3000여명을 대상으로 자발적 수업 평가 캠페인을 벌여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경기 과천시 중앙고 김성천 교사(31·사회)는 “학생들은 개념 설명과 문제 풀이의 비율을 조정해달라는 등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도 정확하게 잘 짚어낸다”며 “지적받은 사항을 수업에 반영할 수 있어 많은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좋은 교사’ 송인수 상임총무는 “교사 평가시 학생의 참여는 핵심”이라며 “평가 결과는 인사에 반영하기보다 교사 학부모 등으로 구성된 평가관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교사 관리를 위한 객관적 자료로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주대 교육대학원 전제상(全濟相) 교수는 “국가, 단위지역, 학교가 각각 실정에 맞는 평가기준을 만들어 일정비율을 반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영국에서는 2년에 한 번씩 교사 평가를 실시한다. 학교운영위원회와 동료 교사가 평가에 참여하며 평가 결과는 연봉 등에 반영된다. 교사는 결과에 대해 이의신청을 할 수 있으며 평가 결과가 나쁜 교사는 해고될 수도 있다. 일종의 ‘삼진 아웃제’를 도입한 일본은 평가가 좋지 않은 교사에게 연수를 받도록 한다. 3번 이상 부적격 판정을 받으면 교사를 일반 행정직으로 전환시킨다. 미국은 학생과 학부모, 교사 등이 모두 평가에 참여하며 평가 결과를 연봉에 반영한다.

홍성철기자 sungchul@donga.com

▼전체가구의 10% EBS강의 시청 불가능…교육부, 지원키로▼

교육인적자원부는 사교육비 경감대책으로 추진되는 ‘EBS 대학수학능력시험 방송 및 인터넷 강의’가 원활하게 실시될 수 있도록 지원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20일 밝혔다.

교육부는 우선 전국 초중고교의 위성방송 수신기와 프로젝션 TV 활용 현황을 조사해 교체가 필요한 수량을 점검하고 학교 내 컴퓨터의 인터넷 통신속도를 주문형 비디오(VOD) 수신에 차질이 없도록 개선할 방침이다.

또 소년소녀가장 등 컴퓨터 및 인터넷 통신비 지원대상을 2008년까지 10만명으로 확대하기로 했던 계획을 2006년까지 앞당기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교육부는 도서 산간 지역이나 저소득층 가정도 EBS 위성방송을 볼 수 있도록 정보통신부, 문화관광부, 방송위원회 등 관련 부처와 케이블망 설치 확대와 수신료 인하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현재 케이블망을 설치할 수 없는 도서 산간 지역 가구 수는 국내 전체 가구의 10%다. 이 지역 수험생이 위성방송에 가입하려면 안테나 셋톱박스 등 시설 설치비용 10만8000원과 매월 수신료 1만원을 부담해야 한다.

홍성철기자 sungchul@donga.com

현행 교원근무성적평정제도 중 일부 평가항목
평정사항평정요소평정내용
자질 및 태도교육자로서의 품성교원의 사명과 직무에 관한 책임과 긍지를 지니고 있는가
교원으로서의 청렴한 생활태도와 예의를 갖추었는가
공직자로서의 자세교육에 대한 올바른 신념을 가지고 있는가
근면하고 직무에 충실하며 솔선수범하는가
근무실적 및근무 수행능력학습지도수업연구 및 준비에 최선을 다하는가
수업방법의 개선 노력과 학습지도에 열의가 있는가
생활지도학생의 인성교육 및 진로지도에 열의가 있는가
학교 행사 및 교내외 생활지도에 최선을 다하는가
교육연구 및 담당업무담당업무를 정확하고 합리적으로 처리하는가
학교교육목표의 달성을 위한 임무수행에 적극적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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