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일자리 ‘숫자놀음’으로 만드나

  • 입력 2004년 2월 9일 18시 2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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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준히 늘어야 정상인 일자리가 지난해 3만개나 줄어든 것은 정부의 경제 실정(失政)에 기인하는 바 크다. ‘기업하기 좋은 나라, 투자하고 싶은 나라’를 만들겠다고 말로만 강조할 뿐, 이를 위한 노사관계 대책과 규제완화 정책 등을 제대로 펴지 못한 것이 단적인 사례다.

이런 상황임에도 정부는 부처간에 경쟁이나 하듯이 중구난방으로 일자리를 몇 만개, 몇십 만개 만들 것이라고 말을 앞세우고 있다. 각 부처가 새로 만들겠다는 일자리를 모두 보태면 55만개를 넘는다. 이대로 된다면 실업률이 크게 떨어져 사실상 완전고용에 가까워진다. 하지만 노무현 대통령이 후보 시절에 해마다 50만개의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공약했음에도 지난해 일자리가 오히려 감소한 현실은 무얼 말해주는가. 또 7% 달성을 다짐한 경제성장이 2.9%에 그친 사실에서 무얼 배울 것인가.

허망한 숫자놀음을 거두고 일자리 창출의 주체인 기업을 살리고, 투자를 활성화하는 데 직접적 효과가 있는 구체적 정책을 내놓고 실행에 옮기는 일이 급선무라는 점이다. 국민 세금인 재정을 쏟아 부어 ‘아르바이트’ 수준의 공공부문 임시 일자리 몇 만개를 만든다고 실업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음은 누구나 알고 있다. 더구나 공허한 숫자가 만들어 내는 환상은 실업문제의 심각성을 호도해 해결을 더 어렵게 할 우려가 크다.

거듭 말하지만 기업들 사이에서 ‘사람 뽑기 겁난다, 투자하기 무섭다’는 이야기가 안 나오게 하는 정책 노력과 노동계의 협조가 앞서야 일자리를 더 만들어 낼 수 있다. 새해 들어서도 국내 기업, 외국계 기업 할 것 없이 투자환경이 좋아지고 있다고 믿지 않는 엄연한 현실을 바꾸어 놓는 일이 일자리 만들기의 최우선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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