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남순 한국노총 위원장에게 듣는다

  • 입력 2004년 2월 5일 19시 23분


“대기업과 하청업체는 순망치한(脣亡齒寒)의 관계다. 대기업의 경영 부담을 하청업체에 넘기면 결국 부메랑이 되어 대기업에 돌아온다. 하청업체 등 중소기업이 건전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대기업이 배려해야 한다.”

1999년 2월 민주노총의 탈퇴로 사실상 노사정위원회에서 노동계를 대표해온 이남순(李南淳·52·사진) 한국노총 위원장은 4일 본지와의 회견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임금격차 해소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 위원장은 “대기업의 과도한 임금인상으로 노동자간 임금 격차가 심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 정부는 적절한 하청단가를 보장하는 한편 어음제도 개선 등을 통해 대기업의 횡포를 방지하는 데 노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노사정위원회에서 추진하고 있는 일자리 만들기 사회협약과 관련해 이 위원장은 정부와 재계의 인식 전환을 요구했다.

“양보는 강자가 약자에게 하는 것이다. 상대적으로 우월한 지위에 있는 정부와 사용자가 ‘노동계가 먼저 양보해야 문제가 풀린다’는 사고방식을 바꾸지 않으면 일자리 만들기 사회협약의 대타협은 이루어질 수 없다.”

그는 이어 “정부는 아랫돌을 빼서 윗돌을 채우는 식의 일회성 선심용 일자리 창출을 그만두고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불필요한 규제를 푸는 등 일관된 정책을 펴 기업이 맘 놓고 투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위원장은 또 “재계는 이번 기회에 경영의 투명성을 높이고 노동자를 동반자로 인식해 노사의 신뢰를 먼저 쌓아야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기업이 투자하지 않으면 일자리 창출도 없으니까 임금을 동결하고 정리해고를 자유롭게 할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바꾸지 않으면 노사가 함께 죽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일자리 만들기 사회협약과 관련해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간 임금격차 해소 △최저임금 인상 및 저소득노동자 소득보전제도 도입 등을 주장했다.

이 위원장은 정부와 사용자가 노동계의 요구를 받아들인다면 임금 안정 등에 적극 협조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한국노총의 정치세력화를 위해 4·15총선에서 위원장직을 걸고 배수진을 치기로 했다.

“6∼10석이 목표다. 구미 이천 안산 울산 등 지역구에서 3∼5석, 정당명부 투표를 통한 비례대표에서 3∼5석을 얻는 전략을 세웠다. 녹색평화당과의 합당과 외부 영입인사 등을 통해 30여명의 지역구 후보를 낼 것이다. 정당명부 투표에서 2% 이상을 얻지 못하면 위원장 자리에서 물러나겠다.”

이 위원장은 비교적 온건한 민주노총의 집행부 출범에 따라 한국노총의 역할과 입지가 좁아질 것이라는 일부의 지적에 대해 강한 어조로 일축했다.

“한국노총이 57년 동안 협상과 투쟁을 통해 얻은 노하우, 정부와 사용자에 대한 협상력을 무시하면 안 된다. 민주노총이 변한다고 해도 우리에게 경쟁력이 있다. 하지만 민주노총이 변화하려는 모습은 긍정적으로 본다. 앞으로 민주노총이 노사정위원회에 들어온다면 함께 연대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다.”

이호갑기자 gdt@donga.com

▼이남순 위원장 약력▼

△1981년 10월 조흥은행 노조위원장

△1992년 11월 전국금융노동 조합 연맹 위원장

△1997년 2월 한국노총 사무총장

△2000년 5월~현재 한국노총 위원장. 노사정위원회 분회의 위원

△2000년 6월~현재 국제자유노조연맹(ICFTU) 세계집행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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