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들에게 남긴 메모 "살얼음판 걷듯 조심조심 살았는데"

  • 입력 2004년 2월 4일 23시 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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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 없는 하루하루 고통의 시간. 사회적인 수모를 모두 감내하기가 어려워 오늘의 고통을 스스로 해결하려고 합니다. 시민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데 대한 직접적인 책임을 지려고 합니다. 다시는 나와 같은 공직자가 없었으면 합니다.”

안상영 시장은 부인 김채정씨(65)와 딸 혜원씨(37) 아들 정훈씨(30), 사위 김정씨 등 가족 4명에게 안타까운 심정을 담은 메모와 편지를 남겼다.

이 메모는 “도저히 헤어날 수 없는 인격 파탄과…. 오늘의 대한민국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서울특별시를 발전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으며 우리나라가 OECD 국가로 진입할 수 있도록 서울시가 절대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도시로…”라며 끝을 맺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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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지난해 12월 17, 30일 부인에게 쓴 유서형식의 편지 4장에는 “여보 우리가 젊었을 때 이 동네 저 동네로 옮겨 다니며 얼마나 많은 이사를 했고 살얼음판을 걷듯 얼마나 조심조심 살았소. 그런데 왜 이 같은 일이 생겼는지…. 다 내가 죄가 많아 이런 일이 생긴 것 같소. 너무 미안하고 사랑하오…. 살아계신 어머니께도 너무 죄송하오. 내 대신 잘 보살펴주시오”라고 적혀 있었다.

같은 달 31일 정훈씨와 혜원씨, 사위 김정씨에게 남긴 편지에는 “네가 아버지 안상영의 아들이란 점을 명심하고 강하고 성실하게 살아야 한다. 어머니를 잘 모셔라” “아빠가 너랑 소풍도 한번 못 가고 외식도 제대로 못했다. 따뜻하게 해주지도 못하고 엄격하기만 했다. 그것이 너무 한이 된다. 너를 사랑하고 미안하다. 네가 남편이랑 잘 살고 있는 것이 아빠는 너무 고맙다” “희원(외손녀) 아빠 우리 딸 잘 부탁하네. 고맙네” 등의 ‘작별 인사’가 들어있었다.

이 같은 메모로 미뤄볼 때 안 시장은 두 번째 뇌물사건이 터지기 전에 이미 자살을 결심한 것으로 보인다.

안 시장은 이 밖에도 A4용지 크기 4권 분량(120여장)의 일기와 편지지 50여장에 적은 메모, 작은 쪽지 10여개 등을 남겼다.

이들 노트에는 정치권과 검찰에 대한 불만과 부산시 공무원 및 부산시민에게 남기는 말이 적혀 있었다고 안 시장의 측근은 전했다. 유족들은 5일 안 시장의 마지막 기록을 공개키로 했다.

부산=석동빈기자 mobidic@donga.com

조용휘기자 silen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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