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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4년 2월 2일 22시 1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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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사람들에게 귀감이 되는 것은 나이 먹은 사람의 도리이지.”(노인)
인천 동구 화수2동 동부아파트는 노인들의 봉사활동이 가장 활발한 아파트로 소문 나 있다.
이 아파트의 노인회는 봉사와 헌신을 통해 이웃사랑을 실천하고 있다.
60∼80대의 다양한 연령층으로 구성된 노인회 회원 80여명은 동네 궂은일을 도맡아 한다. 회원들은 순번을 정해 등하교 시간에 아파트 인근 송현초등학교 앞에서 교통안전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들이 봉사활동에 나선 이후 이 학교 앞에서는 어린이 교통사고가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다.
노인들은 매달 두차례 화도진중학교 등 아파트 주변 학교를 도는 방범활동을 5년째 하고 있다. 밤에 학교 주변을 서성거리는 학생들을 만나면 친손자를 대하듯 잘 타일러 집에 귀가하도록 유도한다.
어려운 노인을 돕는데도 적극적이다. 노인회 회원들은 화수2동 지역에 혼자 사는 노인들을 정기적으로 방문해 말벗이 되고 쌀과 반찬 등도 전한다. 또 매월 1회 혼자 사는 노인들을 대상으로 목욕 봉사활동도 펼치고 있다.
노인회 정일훈 회장(77)은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받기만 하면 젊은 사람들에게 존경을 받을 수 없다”며 “수혜자가 아닌 이웃에게 도움을 주는 노인 모임으로 인정받고 싶다”고 말했다.
동네 어른들의 헌신적인 봉사활동은 부녀회 등 다른 단체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 아파트의 부녀회는 노인들을 친부모처럼 공경하고 따른다. 노인회가 야유회를 떠나면 부녀회원들이 따라나서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을 정성껏 돌본다.
부녀회원 스스로 ‘부녀회원은 어르신들의 기쁨조’라고 말할 정도로 노인들을 극진히 섬긴다.
1990년 매립지에 들어선 동부아파트는 1140가구로 구성돼 있다. 반경 1km 안에 동국제강 INI스틸 대우중공업 일진중공업 등 대형 공장이 있어 주거환경이 좋은 것만은 아니다.
그래서 시작한 것이 아파트 단지 녹화사업. 부녀회는 재활용품 수집 등을 통해 모은 수익금을 통해 매년 식목일을 전후해 수십 그루의 유실수를 아파트 단지에 심고 있다.
단지에 포도 복숭아 앵두 대추 은행 모과 단풍나무 등 유실수 700여 그루가 심어져 있어 열매를 맺는 때가 되면 장관을 이룬다.
부녀회 강정남 회장(51)은 “입주민을 위해 봉사하는 어른들을 보면 노인에 대한 공경심이 저절로 생긴다”며 “철재부두가 들어서는 것에 대비해 아파트 단지 내 녹화사업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차준호기자 run-ju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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