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연휴 후유증 만만찮네…병원-찜질방 ‘몸 정비’인파

  • 입력 2004년 1월 26일 18시 38분


올해는 설이 토요일과 이어져 연휴가 길었던 탓인지 ‘월요병’을 호소하는 직장인들이 크게 늘었다. 특히 긴 연휴 탓에 식구들 뒤치다꺼리에 전보다 많은 시간을 할애한 주부들 중에서 후유증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았다.

▽무기력, 스트레스=많은 직장인들이 5일 연휴를 즐겼다. 지난주 월, 화요일을 쉬어 7∼9일간 휴가를 즐긴 직장인들도 있었다. 1월의 3분의 1가량을 휴일로 보내게 된 것을 빗대 ‘1월 봄방학’이란 말까지 등장했다.

26일 정보기술(IT) 업체 직원 이모씨(30)는 “9일간 휴가를 즐기고 다시 일터로 복귀해야 한다는 생각에 어젯밤 잠을 못 이뤘다”면서 “다음 추석 때까지는 달력에 ‘빨간 날’이 거의 없어 그야말로 냉온탕을 넘나드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서울 강남구 청담동 ‘라쁘’ 정신과 김진만(金晉滿) 원장은 “연휴가 끝나자 결혼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초년 주부’들이 많이 찾아온다”면서 “시댁 식구들과 ‘적응 장애’를 보이는 신세대 주부들이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총선을 앞둔 시기라 출마자나 지지 정당 등 정치 이슈에 대해 이야기하거나, 가족의 취업 이나 결혼 문제를 화제로 올린 사람이 많았다. 이들은 “세대간 공통분모를 찾기 힘들었다”며 “사안에 대한 견해가 워낙 달라 친척들간에도 예민한 주제는 피하는 분위기가 대세였다”는 등의 반응을 보였다.

▽응급실은 만원=과도한 가사노동으로 인해 팔 다리 허리 통증을 호소하는 주부들은 물론, 빙판길에 미끄러지거나 과식으로 인해 복통을 호소한 환자도 예년에 비해 늘었다.

경희의료원 의사 김철우씨(28)는 “무거운 물건을 들다 허리를 삐끗하거나 안면 마비를 호소하는 환자, 과식으로 체한 환자들이 많이 늘었다”면서 “갑자기 추워진 날씨가 몸 상태에 악영향을 미친 것 같다”고 말했다.

▽찜질방 인기=한파와 빙판길에 귀성을 포기한 가족 단위 손님과 보일러나 수도관 동파로 ‘피신’한 손님까지 합쳐 찜질방은 대성황을 이뤘다. 서울 송파구 잠실동의 J불한증막 관계자는 “손님들이 연휴기간 내내 평소 주말 수준을 상회했다”고 말했다.

귀성길 젊은층은 휴대전화 게임을 많이 이용했다. 모바일 게임업체 ‘게임빌’ 김용운 대리는 “연휴 매출이 30∼50% 늘었다”고 말했다. 또 고스톱 윷놀이 장기 게임 등을 다루는 온라인 게임업체 접속자 수도 평소 주말 수준을 상회했다.

서울 메리어트호텔에는 설 당일부터 연휴 마지막 날까지 3인 이상 가족단위 고객 손님들이 몰렸다. 서울 잠실 롯데호텔은 지난해에 비해 패키지 고객이 50% 가까이 증가하기도 했다.

조인직기자 cij199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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