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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4년 1월 25일 18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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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사회과학연구원 김광억 교수 연구팀은 25일 1970학년도부터 지난해까지 서울대 사회대 9개 학과 입학생 1만2538명을 분석한 ‘입시제도의 변화: 누가 서울대에 들어오는가’라는 보고서에서 이같이 밝혔다.
연구팀은 “30년간 교육정책의 변화로 고학력, 고소득 계층 학생들의 입학 가능성만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에 대해 보다 깊이 있는 연구와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학력 세습 경향=부모의 학력과 사회적 지위가 높을수록 자녀의 서울대 입학률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으며 그 격차가 점점 확대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대졸 학력 이상의 아버지를 둔 수험생의 입학률은 아버지가 고졸인 수험생에 비해 1985년 2.4배에서 1990년 3.3배, 2000년 3.9배로 점점 높아졌다.
또 2000년의 경우 의사 교수 등 전문직과 4급 이상 공무원, 간부급 회사원 등 고소득직군 아버지 1만명당 자녀가 서울대 사회대에 입학한 수는 37명이었으나 일반가정 자녀는 2.2명에 불과해 고소득군 자녀의 입학률이 일반가정의 16.8배에 달했다. 연구팀은 실제 소득액이 아닌 직군을 기준으로 고소득군을 분류했다.
사회대 신입생 가운데 서울 출신자의 비율은 조사 대상 전 기간 평균 41.9%이며 부산이 10.3%, 대구가 7.2%를 차지해 대도시 출신 입학생이 절반 이상이었다.
입학 후 성적 역시 대졸 이상 고학력, 고소득직군의 부모를 둔 학생의 평점(4.3점 만점)이 평균 0.11점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연구팀 김대일 교수(경제학부)는 “부모의 교육 정도와 소득 격차에 따른 인적 투자의 차이가 이 같은 결과를 낳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천하무적 강남’=서울 강남지역 고교생들은 입시제도가 변하더라도 일시적인 ‘충격’만 받을 뿐 계속 전국 최고의 서울대 입학률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논술고사가 도입된 1986년, 면접고사가 시작된 1988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도입된 1994년, 학교생활기록부가 도입된 1997년에 서울과 강남지역 고교생의 입학률이 일시적으로 하락했으나 1년이 지나면 입학률은 곧바로 원래 수준을 회복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 김광억 교수(인류학과)는 “강남지역 고교생은 사교육을 통해 새로운 입시제도에 적응해 또다시 높은 입학률을 보인다”고 말했다.
서울지역 학생들의 입학 후 성적(4.3점 만점)은 지방 학생들에 비해 평균 0.12∼0.15점 높았으며 강남지역 학생들은 다른 서울지역 학생들에 비해 평균 0.12점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업주부 자녀 비율 높아=서울대 입학생 자녀를 둔 어머니의 77%가 전업주부였다. 2000년의 경우 전업주부 자녀의 서울대 입학률은 취업 여성에 비해 4배가량 높았다.
연구팀은 “고소득 배우자를 가진 여성일수록 경제 활동에 참가하지 않고 전업주부가 되는 경향이 높고 자녀 교육에 전념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외국어고 과학고 등 특수목적고 출신 입학생의 입학 후 성적(4.3점 만점)이 일반고 출신 입학생에 비해 평균 0.13점 높게 나타났으며 여학생의 성적이 남학생보다 평균 0.25점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연구팀 이창용 교수(경제학부)는 “평준화와 쉬운 시험문제로 인해 사교육을 통해 반복학습한 부유층 학생들의 입학률이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면서 “입시제도는 과열된 교육열을 생산적인 방향으로 이끄는 데 초점을 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팀은 대학 입시와 사회 계층간의 관계를 더욱 정밀하게 분석할 수 있도록 대학입시 관련 자료를 광범위하게 공개할 것을 교육인적자원부에 촉구했다.
전지원기자 podrag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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