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입력 2004년 1월 20일 16시 47분
공유하기
글자크기 설정
▽고교생과 초등학생의 이상한 ‘동거’=경기 이천시 부발읍 신하리 산12 일대에선 효양고의 신축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다.
그러나 3월 개교 예정인 이 학교의 공사 진척률은 40∼50%선. 토지주의 반발로 착공이 6개월 이상 늦어진 탓이다. 이런 속도라면 빨라야 6월경에나 개교가 가능할 전망이다.
그럼에도 이미 6학급 210명의 학생이 이 학교로 배정돼 있다. 2001년 개교한 효양중의 첫 졸업생 289명이 진학할 고등학교가 없어 공사 중인 이 학교로 배정할 수밖에 없었다는 게 경기도교육청의 설명.
이들은 학교가 완공되기 전까지 효양고에서 1.5km 정도 떨어져 있는 아미초교에서 수업을 받게 된다. 고교 개교가 늦어져 인근 고교에서 임시수업을 받는 일은 종종 있어도 고교생이 초등학교에서 더부살이 수업을 하는 경우는 매우 드문 일이다.
아미초교 관계자는 “상급기관의 지시라 어쩔 수 없지만 일부 고교생이 어린 초등학생들을 괴롭히기라도 하면 학부모들의 불만이 폭발할 것”이라며 “운동장이나 특별실 사용을 놓고도 마찰이 생길 수 있어 양쪽 모두 파행수업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되풀이되는 학교난(難)=경기 지역에서 개교 지연과 더부살이 수업, 컨테이너교실에서의 임시수업 등으로 인한 학부모들의 항의는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경기도교육청은 2000년 전국 교육청 가운데 유일하게 ‘학교설립과’라는 별도 조직까지 만들어 학교 신설에 역점을 두고 있다.
그러나 곳곳에서 진행되는 택지개발로 매년 순수하게 증가하는 학생 수만 5만여명이나 돼 학교가 학생 수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경기 지역에서 올해 개교 예정인 학교는 초중고교를 합쳐 85개교. 경기도교육청은 효양고와 같은 사태를 막기 위해 학교의 공사 진행상황을 이달 말까지 긴급 점검하기로 했다.
그러나 지난해 문을 연 55개교 가운데 25%가량이 개교가 예정보다 늦어졌던 점을 감안하면 올해도 학교난을 피하지 못할 전망이다.
서울대 교육학과 윤정일(尹正一) 교수는 “학교 부지 마련이 쉽지 않은 데다 마련해도 토지수용에 많은 시간이 걸려 교실난이 가중되고 있다”며 “개발사업을 할 때는 학교 부지를 최우선 배정하고 강제수용 절차를 간소화하는 등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천=이재명기자 egija@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