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의원 8명 사전영장 청구]헌정사상 초유의 ‘超강수’

  • 입력 2004년 1월 9일 18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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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자금 수수 등 금품비리에 연루된 혐의로 여야 현역의원 8명에 대해 사전구속영장이 청구된 9일 송광수 검찰총장(오른쪽)과 안대희 대검 중수부장이 점심식사를 하기 위해 구내식당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
대선자금 수수 등 금품비리에 연루된 혐의로 여야 현역의원 8명에 대해 사전구속영장이 청구된 9일 송광수 검찰총장(오른쪽)과 안대희 대검 중수부장이 점심식사를 하기 위해 구내식당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
검찰이 임시국회가 끝나자마자 비리에 연루된 16대 현역 의원 8명에 대해 한꺼번에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은 정치권 부패를 철저히 척결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문효남(文孝男) 대검찰청 수사기획관이 영장청구 배경에 대해 “일반 부패사범에 비해 결코 혐의가 가볍지 않아 구속 수사가 불가피하다”고 말한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

검찰이 현역 의원 8명에 대해 동시에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은 헌정 사상 처음이다. 13대 국회 시절인 1991년 2월 수서비리에 연루된 여야 의원 5명이 같은 날 구속된 것이 지금까지 최고 기록이었다. 16대 의원 가운데 구속된 의원은 민주당 김방림(金芳林) 의원이 유일하다.

검찰은 당초 국회 결정을 존중하는 차원에서 열린우리당 정대철(鄭大哲) 의원과 한나라당 최돈웅(崔燉雄) 의원 등 체포동의안이 부결된 7명 가운데 혐의가 비교적 가벼운 2, 3명을 불구속 기소하는 것을 검토해왔다.

하지만 이 같은 사법처리가 형평성 시비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판단했으며 ‘방탄국회’ 등에 대한 비판 여론을 감안해 ‘원칙대로’ 처리하기로 했다는 후문이다.

검찰은 고위 공직자에 대해 예우 차원에서 자진 출두를 유도해 구인장을 집행하지 않은 관례와 달리 추가 혐의가 드러난 정 의원을 구인하는 강수를 두기도 했다.

수사팀은 비리 연루 현역 의원을 가볍게 처벌할 경우 손길승(孫吉丞) SK그룹 회장 등 불법 대선자금 관련자들과 형평성이 맞지 않는다는 점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검찰은 체포동의안이 부결된 7명과 한나라당 김영일(金榮馹) 의원 등 8명 전원에 대해 임시국회가 열리지 않는 시기에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함으로써 신병을 확보하는 방안을 선택했던 것.

대검은 현역 의원에 대한 무더기 형사처벌 이후 곧바로 대선자금을 유용한 의원들을 수사의 표적으로 삼을 방침이다. 서울지검도 대우건설 비리에 연루된 정치인들에 대한 수사에 착수하는 등 정치권에 대한 전방위 수사를 벌이고 있다.

하지만 검찰은 주요 대기업들이 노무현(盧武鉉) 후보 캠프에 제공한 대선자금을 제대로 밝혀내지 못한 데다 이번에 영장이 청구된 8명의 의원 가운데 6명이 한나라당 소속이라는 점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 총선을 앞둔 시점이어서 ‘표적사정’이나 ‘인위적 정계개편’이라는 논란에 휘말릴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한 법조인은 “현 정부나 김대중(金大中) 정부 집권 당시 각종 이권에 개입한 여당 또는 구여권 정치인을 처벌하지 않고 대선 패자에 대한 가혹한 수사로 일관한다면 형평성 논란이 일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사전구속영장이 청구된 국회의원
이름(소속)혐의적용 법조항비고
김영일(한나라당)SK 삼성 LG 현대차 등에서 불법 대선자금 462억원 수수 공모 및 아시아나항공에서 10억7000만원 수수 정치자금법 위반 영장실질심사 포기
최돈웅(한나라당)SK 삼성 LG 등에서 불법 대선자금 402억원 수수 및 공모정치자금법 위반 10일 오전 11시 영장실질심사 예정. 변호인 통해 출두 종용 중
박주천(한나라당)현대에서 5000만원 수수특가법상 뇌물수수 9일 영장실질심사 실시
박재욱(한나라당)자신이 운영하는 대학 공금 107억원 횡령 특가법상 횡령11일 오후 2시 영장실질심사 예정. 연락 두절 상태
박명환(한나라당)자동차 부품업체 세무조사 무마 청탁과 함께 6000만원 수수 특가법상 뇌물수수 9일 영장실질심사 실시
박주선(민주당)나라종금에서 2억5000만원, 현대에서 3000만원 등 총 2억8000만원 수수 특가법상 뇌물수수 및 정치자금법 위반9일 영장실질심사 실시
이훈평(민주당)현대에 하도급 공사 청탁 특가법상 제3자 뇌물수수9일 영장실질심사 실시
정대철(열린우리당)굿모닝시티, 대우건설, 누보코리아 등에서 총 7억5000만원 수수특가법상 알선수뢰 및 정치자금법 위반 9일 영장실질심사 실시

정위용기자 viyon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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