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씨 검찰 자진출두]盧에 대선자금 고백성사 압박

  • 입력 2003년 12월 15일 18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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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전 총재가 15일 “감옥에 가겠다”는 결의까지 밝히며 검찰 자진출두 등 예상 밖의 강경대응에 나선 것은 1차적으로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을 겨냥한 압박카드로서의 성격이 짙다.

이 전 총재가 이날 회견 말미에 ‘대리인만 처벌받고 최종책임자는 뒤에 숨는 풍토’를 지적한 것도 결국 대선자금 정국의 전개에 따라서는 노 대통령 자신이 책임을 져야하는 사태가 올 수 있음을 경고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이 전 총재 주변에서는 검찰의 대선자금 수사에 대해 ‘총선을 겨냥한 정략적인 카드’라는 비판과 함께 “패자(敗者)에게 이렇게까지 할 수 있느냐”는 노골적인 불만의 소리가 적지 않게 나왔다.

홍준표(洪準杓) 전략기획위원장이 이날 “패자는 감옥에 가면 된다. 하지만 승자는 대통령직을 내놓아야 한다”고 말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물론 이 전 총재의 강경대응의 배경에는 당 내에서조차 ‘고백성사’의 요구가 나오는 등 고립무원의 처지라는 절박함도 크게 작용한 게 사실이다.

특히 이 전 총재는 지난주 법률특보였던 서정우(徐廷友) 변호사가 검찰에 구속되고 그를 통해 당에 전달된 불법 대선자금 400억원의 실상이 드러나자 상당한 심리적 압박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이 전 총재는 자신이 앞장서 과감하게 스스로를 희생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만이 극한상황을 돌파하는 길이며 길게 보아 한나라당을 돕는 길이란 결론에 이르게 됐다는 것이 측근들의 전언이다.

이날 이 전 총재는 대국민 사과를 반복하는 궁색한 모습을 피하기 위해서도 대략적인 한나라당의 불법 대선자금 규모가 드러나고 자신에 대한 검찰의 소환이 임박한 시점을 기자회견 날짜로 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무튼 이 전 총재가 이날 대선자금과 관련해 노 대통령을 직접 겨냥하고 나섬으로써 대선정국은 앞으로 검찰 수사와 특검 수사의 향배에 따라서는 예측불허의 국면에 접어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이와 관련해 윤여준(尹汝雋) 여의도연구소장은 “이 전 총재가 이런 각오를 함으로써 한나라당도 살고 정국의 흐름이 노 대통령에 대한 공세로 바뀌지 않겠느냐”고 분석했다.

이명건기자 gun4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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