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조인직/사교육비…'엄마들의 한숨'

  • 입력 2003년 12월 10일 18시 2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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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트 홈이라 자부했는데, 애들 학원비 뒤치다꺼리하면서 집안 분위기가 엉망이 됐어요. 남편은 과외비 ‘바가지’에 지쳤고, 저는 저대로 남은 돈으로 살림하느라 힘들고, 애들도 자연히 엄마 아빠 눈치 보게 되고….”

“요즘 늦은 시간에 나가 보면 화장 진하게 하고 다니는 아줌마들 심심찮게 볼 수 있습니다. 아이 잘 키우려는 마음은 절실하지만 남편 돈벌이는 시원찮고 생활정보지 들춰 보면 그런 일자리투성이고…, 그게 어디 주부들의 잘못인가요?”

‘사교육비 부담이 가정해체까지 부른다’는 본보 사교육 시리즈 2회가 나간 이후 많은 주부들의 e메일을 받았다.

문자 그대로 ‘필사적으로’ 자녀들의 사교육비를 마련하려는 주부들의 참담한 사연이 주를 이뤘다.

‘분수를 모르는 주부들의 욕심도 문제’라는 기사 내용에 “공교육 당국자들이 그 절반만큼의 욕심이라도 있었으면 이 지경까지 왔을까요”라며 분통을 터뜨리는 주부도 많았다.

이 기사를 취재하는 과정에서도 월 소득의 절반 이상을 사교육비에 쏟아 붓지 않는 가정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탈(脫)전세나 내 집 마련, 노후 준비 등의 ‘당연한 꿈’을 유예하거나 아예 포기하는 가정이 오히려 평균에 가까웠다.

주부들은 끊임없이 부업거리를 찾고 있었다. 대리운전, 청소용역 등 남성도 쉽지 않은 직종까지….

취직한 주부도, 취재하는 기자도 쉬쉬하고 싶지만 유흥업소에 발을 담근 ‘평범한 엄마’들도 크게 느는 추세였다. 처음에는 인맥을 믿고 다단계 영업을 하거나 노무직에 도전했지만 점차 성인전화 교환원으로, 노래방 도우미로 변신하는 안타까운 과정을 거쳐 갔다.

인터넷 구직사이트에는 ‘원하는 시간대’ ‘적당한 선(의 유흥제공)까지만’ ‘고학력자 환영’을 조건으로 과외비에 쪼들리는 주부들을 유혹하는 광고들이 넘쳐난다.

사교육비 부담은 진정 중요한 자녀의 인성교육에도 자연히 영향을 미친다. 부업 일선의 한 주부는 “고단해지고 돈에 연연하다 보니 정작 자녀의 인성교육에는 소홀해지는 모순이 생기더라”며 “아이에게도 ‘대학 가면 너도 빨리 과외해서 본전 다 뽑아라’라는 말을 자주 하게 된다”고 털어놨다.

사교육비에 대한 엄마들의 ‘원한’이 깊어질수록 자녀들의 상심과 사회에 대한 원망도 깊어지게 마련이다. 사교육비가 단순한 ‘비용’이 아니라 점차 우리 가정의 평화, 나아가 사회의 안녕을 해치는 요인이 되고 있는 실상을 교육 당국이 얼마나 뼈저리게 느끼고 있는지 묻고 싶은 심정이다.

조인직 사회1부 기자 cij199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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