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철로 20분!… 우리대학 오세요”

입력 2003-12-09 18:46수정 2009-09-28 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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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명역에서) 경부고속철도로 20분대 OK!’ ‘2004년 4월 경부고속철도 개통 및 수도권전철 연장운행으로 서울에서 49분대 통학가능.’

아파트 분양 광고가 아니다. 대학의 신입생 모집 광고다. 충남 천안과 아산지역 9개 대학들은 최근 일간지에 이 같은 내용의 공동 광고를 실었다.

교통 여건이 대학 신입생 모집의 성패를 좌우하는 요인으로 등장했다. 이 때문에 고속철도나 고속도로가 개통되거나 개통될 지역의 대학들은 이를 활용한 홍보전을 펼치고 있다.

▽“고속철도로 통학 가능”=천안과 아산지역 대학은 서울∼수원 전철 1호선 역사와 전철 내부, 학원가 등지에 ‘고속철도 천안아산역 반경 15km 내, 1시간대 통학 가능’이란 광고물을 내걸었다. ‘서울역∼천안아산역 고속철도 요금은 1만400원으로 새마을호보다 25% 비싸지만 정기권은 40% 저렴하다’는 내용도 담고 있다. 이 지역 대학들은 △셔틀버스 공동 운행 △셔틀열차 운행 및 요금인하 등을 철도청에 건의하는 등 협력체계를 구축했다. 수도권 학생들이 통학 가능한 지역이 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고속도로야! 정말 고맙다”=한서대(충남 서산시)는 서해안고속도로 개통 한해 전부터 ‘서울 인천 경기지역에서 1시간대 통학 가능’이란 점을 집중 홍보했다. 그 결과 2001학년도 경쟁률이 12 대 1로 이전(7 대 1 안팎)에 비해 껑충 뛰었다.

수도권 학생 비율이 70%에서 80%로 높아지면서 수능 성적 합격선도 20∼30점 가량 올랐다는 게 학교측의 설명이다. 이 대학은 올해부터 인근 고교 대상 입시설명회를 그만뒀다.

중부대(충남 금산군)는 2001년 대진고속도로(대전∼진주) 개통으로 서울까지 통학시간이 2시간30분대에서 1시간40분대로 줄면서 경쟁률이 4 대 1 선에서 5 대 1 선으로 높아졌다. 이 대학은 내년부터 입학생이 30명에서 200명으로 늘어난 경남 진주시까지 셔틀버스를 운행할 계획이다.

세명대(충북 제천시) 입시담당자 안성찬씨(34)는 “중앙고속도로와 중부내륙고속도로가 개통되자 인근 대학들이 수도권 학생 유치에 홍보력을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업 편의도 보장”=천안과 아산지역 대학들은 통학 학생들의 번거로움을 덜기 위해 ‘주 3일 수업제’를 도입했다. 순천향대는 학기당 6학점을 딸 수 있는 ‘열차강좌’를 운영 중이다. 천안대와 천안외국어대는 아침 식사를 거른 통학생들을 위해 ‘사랑의 빵(스프) 나누기’ 행사를 벌이고 있다.

▽본질은 뒷전이라는 비판도=천안과 아산지역은 전국 24개 대학들의 제2캠퍼스나 연구소 각축장으로 변했다. 호남권 S대는 이 지역에 조성한 제2캠퍼스를 아예 본교로 바꾸는 중이다. 반면 경부고속철도역이 없는 지역의 경기도 소재 대학들은 고속철도 개통으로 상대적인 불이익을 받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대학들이 장점을 최대한 살리는 특성화 경쟁보다 ‘교통 전쟁’에 신경을 쓰는 현상에 대해서는 비판도 적지 않다. 내실을 다져 신입생을 유치해야 하는 대학의 정도를 벗어났다는 것이다.

대전 목원대 권혁대(權赫大) 기획처장은 “8월 전국기획처장회의 때 대학 부실과 수도권 집중 억제를 위해서도 대학들이 학생 확보만을 위해 수도권 주변으로 몰리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교육인적자원부에 건의했다”고 말했다.

천안=지명훈기자 mhjee@donga.com

진주=강정훈기자 manman@donga.com

제천=장기우기자 straw82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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