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高4 필수’ 국가적 손실 언제까지

동아일보 입력 2003-12-03 18:50수정 2009-10-10 0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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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대학 수학능력시험 채점 결과 재수생의 강세가 재현됐다. 재수생이 재학생보다 훨씬 높은 점수를 얻은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재수생 불패론’이 엄연한 현실이 되고 ‘고교 4년제’가 안착을 넘어 정착단계에 들어간 셈이다. 이러니 시험을 본 고교 3년생들이 수능 후 시험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서둘러 재수학원에 등록을 하고 그들 사이에 ‘재수는 필수, 삼수는 추천, 사수는 선택’이라는 자조 섞인 말까지 오가는 게 아닌가.

물론 재학생이 내신 성적과 수시 전형 등으로 수능 준비에만 매진할 수 없는 반면 재수생은 거기에만 집중할 수 있어 이 같은 결과가 빚어졌을 것이다. 하지만 1∼2점 차이로 대입 당락이 결정되는 현실에서 재수생과 재학생의 점수차가 무려 27.4(인문계)∼46.3점(자연계)이나 되는 것은 심각하며, 결국 공교육에 대한 총체적 불신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번 수능의 난이도 조정 또한 실패에 가깝다. 수리 영역 만점자가 지난해 1704명보다 4.5배 이상 늘어난 7770명이나 되는 데 반해 지난해 만점자가 3495명이나 나왔던 과학탐구는 오히려 점수가 큰 폭으로 하락했다. 학생들이 점수 따기 쉬운 과목에 몰릴 것은 뻔한 이치이기 때문에 특정과목에 대한 쏠림현상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 이처럼 냉탕 온탕을 오가는 난이도는 수험생들의 혼란만 가중시킬 것이다.

수능은 공교육에 대한 신뢰를 높이는 것이어야지 이를 불신하거나 조롱하는 결과를 가져와서는 안 된다. 그런 점에서 교육당국은 내년에 7차 교육과정이 시행되면 재수생이 수능에 불리해질 것이라는 안이한 인식에서 벗어나 보다 큰 틀의 개선 대책을 하루빨리 마련해야 한다. 군 입대와 취업난 등으로 우리 젊은이들의 사회 진출이 다른 나라에 비해 3, 4년씩 늦는 마당에 ‘고4 필수’ 체제가 굳어진다면 이는 나라의 국제 경쟁력과 사회적 역동성을 떨어뜨리는 국가적 손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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