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노동자 7만여명 서울도심 집회…죽창 등 3000여점 압수

  • 입력 2003년 11월 19일 18시 2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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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서울 여의도 둔치에서 열린 전국농민대회에 참석한 농민들은 ‘우리농업사수’, ‘농가부채해결’ 등의 구호를 외쳤다. 농업개방 등을 둘러싼 농민의 반대 운동이 거세다. -원대연기자
19일 서울 여의도 둔치에서 열린 전국농민대회에 참석한 농민들은 ‘우리농업사수’, ‘농가부채해결’ 등의 구호를 외쳤다. 농업개방 등을 둘러싼 농민의 반대 운동이 거세다. -원대연기자
《19일 서울 대구 대전 전주 등 전국 대도시와 전북 부안에서 각각 열린 농민·노동자 집회와 핵폐기장 건설 반대 집회는 격렬한 양상으로 진행됐다. 이날 집회 및 시위에서 화염병이 등장하지는 않았으나 참석자들이 전경버스를 불태우고 서해안고속도로를 점거하는 등 과격시위를 벌였다. 특히 이날 잇따른 집회로 서울시내 일대가 극심한 교통정체를 빚었다.》

▽농민대회=전국농민회총연맹 등 8개 농민단체가 모인 전국농민연대는 이날 오후 3시경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한강 둔치와 종로구 동숭동 대학로에서 7만여명(경찰 추산)이 참가한 가운데 ‘전국농민대회’를 열었다.

농민들은 전국 13개 지역에서 관광버스 2100여대를 타고 상경했으나 예년과 달리 고속도로 점거시위는 발생하지 않았다.

농민들은 집회에서 세계무역기구(WTO) 농업협상 반대, 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 국회비준 반대 등 10개항을 요구했다.

전국농민연대 송남수(宋南水) 대표는 “수십년의 농정실패, 농산물 수입개방 확대, WTO 농산물협상과 FTA 추진 등으로 농업이 생사존망의 기로에 서있다”고 주장했다.

농민들은 여의도 집회에서 각각 ‘WTO’ ‘FTA’ ‘농가부채’가 적힌 가로 세로 30여m의 대형 성조기 3장을 찢은 뒤 불태웠다.

집회를 마친 뒤 경기 충북 전북 지역 농민 2만5000여명은 서울 마포구 공덕동로터리까지 3.5km 구간을 행진했으며 나머지 4만여명도 여의도 내부 3km 구간을 행진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 농민들이 국회의사당 진입을 시도하면서 가로막고 있던 경찰버스 한 대를 불태웠다.

또 대학로에서 집회를 마친 전남지역 농민들도 오후 3시50분경부터 종묘공원까지 가두시위를 벌이면서 전경버스 한 대를 불태웠다.

행진 도중 농민들이 불법시위용품을 압수하려는 경찰과 충돌, 돌과 삽 등 농기구를 던지며 시위를 벌였다. 이 과정에서 전남 장흥 농민회소속 박모씨(35)가 코뼈가 부러지는 중상을 입었다.

경찰은 이날 전·의경 161개 중대 1만7000여명을 투입해 상경하는 농민들에게서 쇠파이프 죽창 각목 등 불법시위용품 3028점을 회수했다.

▽민주노총집회=민주노총도 이날 오후 2시반경부터 서울역 앞에서 노조원 1500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손해배상 소송 및 가압류 철폐 촉구 규탄대회’를 개최했다.

또 대구 대전 전주 군산 등 전국 12개 도시에서 6000여명이 참가한 규탄대회를 열었다.

▽부안 시위=부안 주민 5000여명은 이날 오후 2시반 부안수협 앞 광장에서 ‘핵폐기장 백지화 군민 총궐기대회’를 연 뒤 오후 4시경 부안읍 행중리 서해안고속도로를 점거하고 쇠파이프를 휘두르는 등 시위를 벌였다.

이 때문에 서해안고속도로 상하행선이 장시간 불통되고 경찰과 주민 30여명이 다쳤다.

‘핵폐기장 백지화 범부안 군민대책위’는 집회에서 “연내에 주민투표를 실시하고 하루빨리 생업으로 돌아가고자 했으나 정부가 주민들의 바람을 무시했다”며 “정부가 연내 주민투표 실시 요구를 거부한 이상 결사적인 투쟁을 벌일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한편 고건(高建) 국무총리는 이날 전북 완주군 고산면 고산정수장 부지에서 열린 전주권 광역상수도 1단계사업 준공식에 참석한 뒤 “국회에 계류 중인 주민투표법 통과 이전이라도 정부와 부안 대책위가 합리적 기준과 절차 등에 합의한다면 투표를 연내 실시하지 말라는 법이 없다”고 말했다.

이헌진기자 mungchii@donga.com

이완배기자 roryrery@donga.com

부안=김광오기자 ko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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