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달구벌 산책/유난히 쓸쓸한 가을

  • 입력 2003년 11월 14일 19시 38분


코멘트
며칠 전 겨울을 재촉하는 비가 전국을 적셨다. 늦가을에 내리는 비는 몇 개 남아 있지 않은 고엽마저 땅위로 떨어뜨린다.

가을비와 함께 낙엽이 뒹군 자취도 바람과 함께 사라지고 계절은 그렇게 바뀌어 갈 것이다. 들녘에는 겨울의 전령인 철새 떼가 화려한 군무(群舞)를 선보일 것이다.

겨울로 흘러가는 하늘은 더없이 파랗다. 12월이 되면 차가운 겨울바람이 얼어붙은 시베리아 대륙의 소식을 전하며 사람들의 품에서 온기를 빼앗아 가리라.

무심한 하늘은 더욱 짙은 푸른빛을 퍼뜨리고 민초들은 더욱 추위를 느끼며 온기를 그리워 할 것이다.

경기가 어려운 가운데 대통령 재신임을 묻는 국민투표 실시 여부로 올 겨울 우리 국민들은 유난히 쓸쓸한 겨울을 맞이하고 있다.

헌법학자들은 대부분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제안한 재신임 국민투표가 우리 헌법상 인정되지 않는다고 한다.

현 정권에 지지를 보내고 있는 사람들은 재신임 국민투표를 할 바에야 정치개혁의 과제 등을 내걸고 헌법 제72조에 따라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현 정권에 비판적인 분들은 대통령이 터무니 없는 국민투표를 주장한 그 사실을 탄핵 사유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재신임 국민투표 실시 논란과 부정한 정치자금 수수 문제로 온 나라가 어수선하다. 정국의 향배가 오리무중이다.

민초들은 떨리고 웅크린 몸을 제대로 펴지 못하고 있다. 늦가을의 한기 때문만은 아니다.

국민투표의 위헌성이나 정국의 현안에 대하여 아무런 대답조차 하지 않고 태연히 그냥 구경만 하는 듯한 위정자의 태도에 불안해 하며 시국의 냉기에 떨고 있는 것이다.

모름지기 위정자는 이를 구경하듯 방관만 해서는 안 된다. 그들이 몸을 펴고 기지개를 켤 수 있도록 스스로 장작이 되어 타올라야 한다.

해명이나 고백이 필요하면 이를 해야 하고, 국민들의 이해를 구할 일이 있으면 즉각 실행에 옮길 일이다. 왜 아무런 일도 하지 않고 있는가.

속절없이 내리는 비를 보노라니, 따뜻한 온기가 유난히도 그리워진다.

신평 대구카톨릭대 교수·변호사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