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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3년 11월 14일 18시 2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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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학년도 대학입시에서 ‘재수생 강세’가 예상되자 일선 고교에서 재학생들에게 하향지원을 권유하고 있다. 하지만 학교의 하향지원식 진학지도에 만족하지 못한 재학생들이 상담을 받기 위해 학원 등 사설 입시기관으로 몰려들고 있다.
한 입시학원 관계자는 14일 “학교에서 하향지원 권유를 받고 상담하는 학생이 하루에도 수십명에 이른다”고 밝혔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한 논술학원 관계자도 “논술, 구술면접으로는 재수생과 수능 점수 격차를 줄이기 어렵다는 학교측 이야기를 듣고 이를 문의하는 학생들이 상당수”라고 말했다.
고교 3학년생들은 내년에 수능 체제가 바뀌기 때문에 가능하면 올해 대학에 진학해야 한다는 절박감이 있는 데다 고교에서는 참고할 만한 진학 정보가 부족해 재학생들에게 안전 위주로 진학 지도를 하기 때문에 이 같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발표한 수능 표본채점 결과 평균 점수가 지난해와 비슷하거나 올라간 것으로 추정되지만 대부분 고교에서 가채점 결과 오히려 점수가 떨어진 것으로 나타나 진학담당 교사들은 하향 안전 지원을 권유하고 있다.
서울 K고 3학년 담임교사는 “내년에 교육 과정의 변화로 재수할 경우 어려움이 예상되는 데다 학교에서는 일단 학생들을 대학에 진학시켜야 하기 때문에 안전 지원을 권유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수험생과 학부모들은 학교측의 하향지원 권유가 기대치에 크게 어긋나기 때문에 수긍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서울 K고 3학년 박모양(18)은 “중위권 대학을 생각하는 친구들에게 선생님이 하위권 대학이나 야간대학에 지원하라고 하는 경우가 많다”며 “선배들이나 수시모집에 합격한 친구들은 각자 알아서 지원하는 게 낫다고 충고할 정도”라고 말했다.
진학 지도에 어려움을 겪자 일선 교사들은 진학 정보를 구하기 위해 애쓰는 모습도 최근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다.
한 사설 입시기관이 19일 고교 3년생 담임교사들을 상대로 고려대 한양대 성균관대 등 8개 대학과 함께 개최하는 입시설명회에 이미 300여명이 넘는 교사들이 참가신청을 할 정도.
학원 관계자는 “매년 교사들이 250명가량 참가했는데 올해는 500여명이 참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올해는 일선 고교에서 느끼는 불안감이나 절박함이 더 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종로학원 김용근 평가실장은 “지나치게 하향지원을 해 합격하더라도 결국 재수를 선택하는 ‘반수생’이 되는 수험생이 많다”며 “전형요소를 신중히 고려해 소신대로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손효림기자 ary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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