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달구벌 산책/문화 사대주의

  • 입력 2003년 10월 31일 17시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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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즈음 국내에서 외국 유명 연주단체의 공연이 자주 열린다.

대구에서도 공연기획사들이 최근 세계적인 합창단이나 관현악단 등을 초청, 다양한 무대를 선보이고 있다.

대대적인 홍보와 함께 열리는 이같은 공연은 대부분 상업적으로 성공하는 경우가 많다.

국내의 공연 기획사들이 외국의 유명 연주가나 공연단을 불러 올 때 그 연주의 수준과 내용보다는 호화 캐스팅에 더 관심을 두는 것은 현재 국내 공연 문화 수준과 한계를 어느 정도 반영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외국에서 많은 공부를 하고 훌륭한 기량을 쌓은 뒤 국내에서 활동하고 있는 훌륭한 연주자들의 공연은 입장료가 비싸지 않는 데도 티켓이 잘 팔리지 않는다. 당연히 이들의 공연장에 가보면 객석은 여기저기 텅 비게 마련이다.

그러나 최고 수십만원까지 하는 외국 공연단의 입장권은 불티나게 팔릴 정도로 인파가 몰린다.

혹자는 국내 연주자들의 연주기량이나 수준이 떨어지는 만큼 어쩔 수 없는 현실이 아닌 가라며 반문할 것이다.

그러나 이는 국내 연주자의 공연이라면 무조건 낮추어 보는 편견과 단견의 소산일 수 있다.

얼마 전 필자가 지휘하고 있는 지역의 A합창단은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린 세계합창 페스티벌에 참가한 적이 있다.

국내에도 잘 알려진 필리핀 ‘마드리갈 싱어즈’도 참가한 이번 합창제에서 A합창단은 훌륭한 기량을 선보여 현지 청중들로부터 상당한 갈채를 받았다.

마드리갈 싱어즈는 내한 공연 때 많은 사람들이 비싼 티켓값을 치르면서도 연주를 관람한 공연단이다.

A합창단이 최근 지역에서 연 정기공연 때 적지 않은 분들이 입장료(1만원)가 너무 비싸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청중들이 국내 연주자들에게 얼마나 야박한 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외국의 유명 연주단체 공연으로 인한 수익금의 상당액은 외국인 연주자들의 개런티로 지급돼 국가 경제적으로 손실이 될 수 있다.

물론 외국의 유명 연주자들이 수준 높은 공연을 함으로써 국내 음악인(단체)들에게 자극도 주고 청중들도 문화적 욕구를 채울 수 있는 등 얻는 점이 많다는 현실을 부정할 순 없다.

그러나 흥행 성공을 위해 외국 유명 공연단만 선호하는 국내 공연 기획사들의 태도도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국내 연주자(단체)에게 눈을 돌릴 필요가 있다.

국내 음악인들과 연주 단체도 혼신의 힘으로 기량을 갈고 닦아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

우리의 연주자와 청중, 공연 기획사들이 호흡을 맞추는 무대가 자주 열리길 바라는 것은 나만의 꿈일까.

이재준 (지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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