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지로 돈 낸것도 억울한데 죄인 취급…”

  • 입력 2003년 10월 30일 23시 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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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자금 명목으로 억지로 돈 낸 것도 억울한데, 이 때문에 죄인으로까지 취급받고….”

손길승(孫吉丞)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 후임 선출 문제와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정치자금 문제 등을 논의하기 위해 30일 열린 전경련 회장단 간담회장은 시종 ‘비장감’이 감돌았다.

전경련은 이날 오후 늦게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 회장단 간담회를 열면서 회의 장소와 시간까지도 알리지 않는 등 극도의 보안을 유지했다. 행사 당일인 이날도 취재진을 피하기 위해 간담회 장소를 간담회 시작 두 시간 전에 옮기는 등 첩보전을 방불케 했다.

회장단은 간담회에서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정치자금 문제로 SK뿐만 아니라 다른 기업들까지 수사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는 것에 대해 상당한 불만을 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때 회의장 밖으로 고성이 흘러나오기도 했다.

전경련의 한 관계자는 “기업 입장에서는 선거를 앞두고 피해를 보지 않기 위해 정치자금을 제공할 수밖에 없었다”면서 “그런데도 기업들이 무더기로 큰 죄를 지은 것처럼 몰리면서 억울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실제로 이 같은 분위기를 반영해 회장단은 이날 “정치권이 정치자금에 대한 제도개혁을 하지 않으면 더 이상 정치자금을 주지 않겠다”는 폭탄선언까지 했다. 이 같은 내용은 당초 전경련 사무국이 마련한 발표문 초안에는 없던 것이었으나 회장단이 논의를 거쳐 추가로 넣은 문구.

참석자들은 또 “고도성장 과정에서 잉태된 기업의 부실처리와 고비용 정치구조로 인해 불가피했던 정치자금 문제는 반드시 사라져야 할 과거의 유산이며, 이번 정치자금 논란을 계기로 정치와 경제, 우리 사회 모두가 과거의 구태를 벗고 다시 태어나 깨끗한 정치, 건전한 경제, 그리고 투명한 상생의 정경협력이 이루어지기를 희망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공종식기자 k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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