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씨 대선자금 사과]이회창 前총재 사과문 직접 챙겨

  • 입력 2003년 10월 30일 18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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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당사에) 들어 왔구먼.”

30일 오전 9시40분경 SK비자금 100억원의 한나라당 유입사건에 대한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하기 위해 10개월 10일 만에 당사에 들른 이회창 전 총재는 복잡한 감회를 이 한마디로 나타냈다.

이 전 총재는 도착하자마자 곧장 최병렬(崔秉烈) 대표실에서 주요당직자들과 10여분간 간담회를 가졌다.

그는 이 자리에서 “일을 잘 처리하지 못해 당에 누를 끼쳤다”고 유감의 뜻을 밝혔고 최 대표는 “우리가 다함께 한 일이며 잘못된 정치문화 속에서 일어난 일”이라고 이 전 총재를 위로했다.

기자회견장에 들어선 이 전 총재의 감회는 남달라 보였다. 10개월 10일 전 눈물을 흘리며 정계은퇴 기자회견을 했던 바로 그 자리에서 다시 대국민 사과문을 읽어야 하는 처지이기 때문인 듯했다.

그는 “감옥에 가더라도 제가 가야 마땅하다”는 감정적인 표현들을 써가며 사과의 뜻을 4, 5차례 거듭 밝혔다.

이 전 총재의 이날 기자회견은 극비리에 추진됐다. 이 전 총재는 회견시점과 회견문을 일일이 직접 챙겼다는 후문이다.

그는 29일 오후 일부 측근들과 함께 서울 종로구 옥인동 자택에서 회견문 내용을 확정했으나 회견시점에 대해서는 이날 밤 늦게까지 논란을 벌였다는 후문이다.

당초 회견문에는 ‘감옥에 가더라도’라는 표현보다 더 강한 ‘죽음’이라는 단어가 들어갔으나 측근들이 적절치 않다고 만류해 뺀 것으로 알려졌다.

다음은 이 전 총재의 일문일답 요지.

―어느 선까지 책임을 질 것인가.

“말 그대로 모든 책임을 질 것이다. 법적 책임도 포함된다.

―책임소재를 가리기 위해서라도 자금 관계를 명확히 밝혀 달라.

“지금 이 사건에서 중요한 것은 실무자 등이 구속될 상황에 처한 것이다. 내가 책임지고 떠안기로 했기 때문에 누가 했는지, 언제 알았는지 등은 중요하지 않다.”

이명건기자 gun43@donga.com

박민혁기자 mh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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