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울산시 도시계획위원과 마찰

  • 입력 2003년 10월 26일 19시 2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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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시가 시의 도시계획 업무를 공개비판한 뒤 감사원에 특별감사를 요청한 도시계획위원을 전격 해촉해 물의를 빚고 있다.

또 일부 도시계획위원들이 “시가 도시계획위원들의 반대의견을 수렴하지 않고 있다”며 잇따라 사퇴해 “시의 도시계획 업무가 지나치게 권위적”이란 지적을 받고 있다.

울산시 송호군(宋鎬君) 도시국장은 23일 기자회견을 갖고 “직무상 알게 된 도시계획 사항을 외부에 누설했다”며 “배병헌(裵秉憲) 도시계획위원을 도시계획 조례 제48조와 52조에 의해 해촉한다”고 발표했다.

송 국장은 “배 위원이 1일 기자회견을 통해 그린벨트 해제지구 문제에 대해 비난한 것은 심의중인 도시계획 안건을 외부에 누설한 것”이라고 밝혔다. 자치단체가 도시계획업무를 공개 비판한 도시계획위원을 해촉한 것은 이례적이다.

전국 그린벨트 주민협의회 회장이기도 한 배 위원은 당시 회견에서 “시가 건설교통부 지침을 위반하면서 주민 거주지가 아닌 외지인 소유 농경지를 그린벨트 해제 대상에 포함시키는 등 형평성 잃은 도시계획을 수립하고 있다”며 시정을 촉구했다.

배 위원은 시가 요구사항을 받아들이지 않고 당초대로 그린벨트 해제지구를 발표하자 22일 감사원에 특별감사를 요청했으며, 시는 다음날 배 위원을 해촉했다.

또 울산대 건축학부 김선범(金善範·도시계획 전공)교수는 지난달 도시계획위원을 사퇴한뒤 일간지 기고문을 통해 “시가 도시계획위원을 ‘들러리’로 세우려 했다”고 비난했다.

김 교수는 “도시계획 입안권자(시장)의 자의적인 판단에 손을 들어주는 도시계획 자문은 후손에 대한 죄악”이라며 사퇴이유를 밝혔다.

역시 시 도시계획위원이었던 영남대 김모 교수는 회의에 두 번 참석한 뒤 “울산의 도시계획은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며 사표를 제출하는 등 도시계획위원 23명 가운데 지금까지 3명이 해촉됐거나 사퇴했다.

시는 “의견일치가 되지 않을 경우 다수결에 따라야 하는데 이들은 자신들의 주장만 고집했다”고 지적했다.

(사)울산생명의 숲 윤석(尹石) 사무국장은 “도시계획 업무 자체가 사전기밀이 필요한 것이지만 시가 지나치게 권위주의적 밀실행정을 펼치고 있다”며 “시의 정책을 건전하게 비판하는 전문가 위주로 도시계획위원을 선임해야 한다”고 밝혔다.

울산=정재락기자 rak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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