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음 뉴타운 유치' 발표,서울시 특목고 계획 현실성 있나

  • 입력 2003년 10월 22일 18시 3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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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가 성북구 길음동 ‘길음 뉴타운’에 자립형 사립고와 특수목적고(특목고)를 유치하고 입학 정원의 80%를 강북지역 학생에게 배정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으나 주무기관인 서울시교육청이 반대 의사를 분명히 밝혀 혼란이 일고 있다.》

▽서울시와 재정경제부 입장=서울시는 21일 길음 뉴타운에 자립형 사립고와 특목고를 유치하겠다고 발표한 데 이어 22일 정원의 80% 이상을 강북 학생으로 배정하는 ‘쿼터제’를 실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명박(李明博) 서울시장은 이날 “김진표(金振杓) 부총리 겸 재경부 장관을 만나 이같이 합의했다”면서 “강남 등 다른 지역 학생을 정원의 20% 범위에서 선발하되 등록금을 더 받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서울시와 재경부는 이 같은 조치로 강남지역에 집중된 주택 수요를 분산시키고 상대적으로 낙후된 강북지역 개발을 촉진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재경부 관계자는 “그동안 강북지역 특목고에 강남지역 학생들이 대거 입학하는 바람에 강남지역 교육 수요를 분산시키는 데 한계가 있었다”고 말했다.

▽교육당국의 반발=교육인적자원부와 서울시교육청은 “교육 문제를 부동산대책과 섣불리 연결시키면 교육을 망칠 수 있다”며 반대하고 있다.

서울시내 특목고의 허가권과 자립형 사립고 추천권을 갖고 있는 유인종(劉仁鍾) 서울시교육감은 이날 “뉴타운 지역에 학교를 설립할 부지도, 예산도 없다”면서 “나도 모르는 사이에 이런 논의가 진행되는 현실이 답답하다”고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시교육청은 현재 길음 뉴타운 지역에 학교 용지를 한 곳밖에 확보하지 못해 이 부지에는 모든 주민의 자녀가 다닐 초등학교나 일반 중고교를 우선 설립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시교육청은 이 지역에 예체능이나 실업계 특목고를 설립할 수는 있지만 입시 열풍을 몰고 올 외국어고와 과학고는 신설하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실현 가능성=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서울시내 특목고 가운데 강남지역 통학권에 있는 2개 외국어고를 제외하고는 강남지역 학생 비율이 20%를 넘는 학교가 없다”며 “뉴타운에 특목고나 자립형 사립고를 만든다고 강남 주민이 이사할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자립형 사립고와 특목고 학생의 80%를 해당 지역 거주자로 선발하겠다는 방침은 ‘교육의 기회 균등’이란 관점에서 또 다른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은 외국어고와 자립형 사립고, 자율학교, 특성화고 등은 신입생을 선발할 수 있는 지역의 범위를 학교장이 결정해 시도교육청의 승인을 받도록 하고 있다. 다만 과학고에 대해서는 신입생 자격을 해당 시도교육청 관내 중학교 졸업자로 한정하고 있다.

현실적으로 교육당국이 사립인 외국어고와 자립형 사립고에 성적 위주로 뽑지 말고 강북지역 학생을 많이 모집하라고 강요하기는 힘들다.

따라서 학교 설립에 대한 관할권을 갖고 있는 서울시교육청이 반대하고 있는 상황에서 현재로서는 서울시측의 계획이 실현될 가능성이 희박한 실정이다.

그러나 유 서울시교육감의 임기가 내년 7월까지여서 새로운 교육감이 선출되면 서울시측이 이 같은 계획을 본격 추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강북 뉴타운 관련 기관의 입장 비교

재정경제부, 서울시 교육인적자원부 서울시교육청
학교 건립 자립형 사립고, 특수 목적고 유치특목고 지정은 교육감이 결정할 사항으로 서울시와 서울시교육청이 협의할 문제―부지, 예산 등 현실적으로 불가능
―중학생들의 입시경쟁 심화
학생 선발 해당 지역 학생의 80% 선발 신입생 선발은 교장 권한―교육감이 승인해야 하는 교장 권한
―비율이 너무 높음

홍성철기자 sungchul@donga.com

이광표기자 kplee@donga.com

송진흡기자 jinh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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