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완씨 집 100만원 수표등 돈다발 여기저기”

  • 입력 2003년 10월 21일 18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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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비자금 200억원을 받은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로 구속 기소된 권노갑(權魯甲) 전 민주당 고문에 대한 4차 공판이 21일 서울지법 형사3단독 황한식(黃漢式) 부장판사의 심리로 열렸다.

이날 검찰측 증인으로 출석한 이익치(李益治) 전 현대증권 회장과 권 전 고문은 서로 “거짓말 하지 말라” “말꼬리 잡지 말라”는 등 언성을 높이며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이 전 회장은 “나, 정몽헌(鄭夢憲) 전 현대아산이사회 회장, 권 전 고문, 김영완(金榮浣·해외체류중)씨가 99년 초∼2000년 4월경 신라호텔 중식당, 일식당, 커피숍에서 다섯 차례 만났으며 매번 우리 쪽이 식비를 현금으로 계산했다”고 말하자 권 전 고문은 “내가 명색이 정치인인데 에티켓상 한 번도 돈을 안 냈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반박했다.

이 전 회장이 또 “권 전 고문이 자리에서 일어서면 엘리베이터까지 배웅을 나갔다”고 말하자 권 전 고문은 “2층 커피숍 옆에 있는 엘리베이터는 식당으로 향하는 것”이라고 일축했다.

이번에는 권 전 고문이 “이 전 회장이 말하는 약속 장소는 신라호텔 2층에 있는 커피숍인데 정 전 회장의 진술 조서를 보면 우리가 신라호텔 ‘라운지 커피숍’에서 만났다고 돼 있어 두 사람의 말이 엇갈린다”며 “거짓말하지 말라”고 소리쳤다.

이에 이 전 회장은 “정 전 회장이 왜 그렇게 말했는지는 정 전 회장에게 물어봐야 알 일”이라며 “말꼬리 잡지 말라”고 맞받아쳤다.

이씨와 권씨가 신라호텔 내 커피숍과 엘리베이터 위치 등을 놓고 계속 설전을 벌이자 권씨 변호인측은 재판부에 현장검증을 신청했으며 재판부는 28일 오후 4시 이를 실시하기로 했다.

한편 이날 증인으로 나온 김영완씨의 운전사 김모씨는 “김영완 회장을 1주일에 세 차례 정도 권 전 고문 집에 데려다 줬다”며 “김 회장이 권 전 고문을 ‘형님’이라고 불렀다”고 증언해 눈길을 끌었다. 김영완씨는 권 전 고문이 현대에서 받은 비자금을 세탁, 관리해온 것으로 알려진 인물.

또 김씨 집에서 7년간 파출부로 일했던 우모씨(여)는 이날 법정에서 “동료 파출부로부터 ‘100만원짜리 수표 등 돈다발이 집안에 널려 있는 것을 보고 가슴이 뛰었다’는 말을 들었다”고 증언했다.

김수경기자 sk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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