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채 前장관 “현대서 받은 6억 자민련으로 갔다”

  • 입력 2003년 10월 20일 18시 1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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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토지공사 사장 재직 당시 현대건설에서 개성공단 건설과 관련해 각종 편의를 봐달라는 청탁과 함께 현금 6억원을 받은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로 구속 기소된 김용채(金鎔采·전 자민련 부총재) 전 건설교통부 장관에 대한 첫 공판이 20일 열렸다.

서울지법 형사합의22부(김상균·金庠均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이날 공판에서 김 전 장관은 “2000년 5월 정몽헌(鄭夢憲) 현대아산이사회 회장이 내 사무실로 찾아와 개성공단에 관해 얘기하던 중 ‘자민련 사정이 어렵다던데 돈을 대주겠다’고 말한 뒤 그 해 12월까지 세 차례에 걸쳐 현대건설 부사장을 통해 6억원을 건네 왔다”고 밝혔다.

그러나 김 전 장관은 “이 돈은 모두 자민련측에 전달됐고 누구에게 건넸는지는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 김 전 장관은 “정 회장이 내 체면을 세워주려고 정치자금을 자민련 쪽에 직접 건네지 않고 나를 통해 전달한 것 같다”며 “당시 여러 사정 때문에 6억원을 받고 정치자금으로 영수증 처리를 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김 전 장관은 이날 김윤규(金潤奎) 전 현대건설 사장을 통해 정 회장에게 8억원을 달라고 먼저 요구했느냐”는 검찰의 심문에 답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자민련 부총재와 당 개혁추진특별위원회 위원장을 지낸 김 전 장관은 1999년 김종필(金鍾泌) 자민련 총재가 국무총리를 하던 시절 총리비서실장을 역임했다.

이에 대해 자민련 유운영(柳云永) 부대변인은 “김 전 장관이 (현대 돈 수수 당시인) 토지공사 사장을 할 때는 당 소속도 아니었는데 무슨 돈을 당에 갖고 오느냐. 사실 무근이다”고 말했다.

김수경기자 sk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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