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전남박물관 '적자탈출' 안간힘

  • 입력 2003년 10월 9일 22시 31분


민선 자치시대에 건립된 박물관과 전시관이 적자 운영을 면치 못하자 자치단체들이 묘안을 짜내느라 전전긍긍하고 있다.

▽박물관 살리기 사업=1997년 전남 강진군 대구면에 문을 연 청자자료박물관의 연간 관람객 수는 15만명. 한해 관람객 수입이 5000만∼5500만원에 불과해 인건비와 운영비를 대기에 턱없이 부족하다. 이 박물관은 지난해 7500만원의 적자를 내는 등 개관 이후 지금까지 단 한차례도 흑자를 내지 못했다.

이에 따라 강진군은 박물관 활성화를 위해 청자 판매에 열을 올리고 있다. 지난해 광주시 북구 문화시설사업소와 광주박물관 등에 위탁 전시 판매소를 개설한데 이어 올해는 서울 종로구 인사동에 판매소를 냈다. 또 청자문화제 기간 중 ‘다산과 청자의 만남’ 코너를 통해 청자를 저렴한 값에 판매했다.

강진군 청자사업소 관계자는 “사업소에서 만든 청자를 판매하는 덕분에 억대의 운영 적자를 내는 다른 지역 관람시설에 비해 사정이 나은 편”이라며 “적자 보전을 위해 전 직원이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박물관 통합=전남 목포 지역에는 문화재청이 관리하는 국립해양유물전시관과 시에서 운영하는 향토문화관이 있으며 내년 6월 개관을 목표로 자연사문화박물관이 건립되고 있다.

228억원이 투입돼 갓바위 근린공원에 들어서는 자연사문화박물관이 목포시의 골칫거리로 등장했다. 입장료 수입만으로는 연간 수억원의 적자를 볼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목포시는 지난해부터 자연사 문화박물관과 국립해양유물전시관, 향토문화관을 통합하는 방안을 문화관광부 등에 수차례 건의했다.

시는 기능이 유사한 이 3개 시설물을 국가 차원에서 통합해 박물관 기능 및 전시 효과를 극대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이지만 자치단체 시설물을 국가 시설물로 전환한 사례가 없어 통합 여부는 불투명하다.

목포시 관계자는 “3개 시설물이 통합되면 제1관은 선박 및 해양유물관으로, 제2관은 해양생활 문화사관으로 제3관은 해양자연관으로 운영할 계획”이라며 “문화관광부에서 행정자치부와 기획예산처 등과 협의하겠다고 밝혀 통합이 꼭 어려운 것만은 아니다”고 말했다.

▽외면받는 농업박물관=전국 유일의 농업 관련 박물관으로 93년 문을 연 전남도 영산호농업박물관이 예산 부족 등으로 전시물을 교체할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는 데다 형편없는 전시 시설로 관람객들로부터 외면받고 있다.

3994점의 전시 자료 가운데 겨우 30% 정도만 전시되고 있을 뿐 나머지 자료는 수장고에 갇혀 햇빛을 보지 못하고 있다.

전시실의 조명과 전시 기법 등이 옛 방식인데다 일부 전시품은 심하게 훼손돼 전반적인 전시시설 개보수가 시급한 실정이다.

이처럼 전시시설이 형편없고 10년째 한 자리만을 지키고 있는 전시물 때문에 목포를 찾는 한해 관광객의 2% 수준인 13만여명만이 박물관을 찾고 있다.

박물관 관계자는 “영상물 설치와 전시물 교체를 위해서는 25억원 이상의 사업비가 들어가기 때문에 엄두를 못내고 있다”면서 “위기에 처한 박물관을 살리기 위해서는 대폭적인 예산 지원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광주=정승호기자 sh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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