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규 부안군수 “주민들과 대화… 방폐장 꼭 유치”

  • 입력 2003년 10월 9일 18시 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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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사성 폐기물 처리장을 유치해야 한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습니다. 주민들과 대화하며 진실을 알릴 것입니다.”

김종규(金宗奎·54) 전북 부안군수가 주민들에게 집단 폭행당한 지 한달 만인 9일 군청에 출근했다. 그는 얼굴에 부기가 남아 있었고 오른손에 팔걸이 보호 장구를 하고 있었다.

그는 “부러진 갈비뼈와 파열된 어깨 근육이 완전히 회복되려면 6개월은 더 걸리지만 산적한 현안을 두고 볼 수 없어 출근을 서두르게 됐다”고 말했다.

김 군수가 전북대병원에 입원해 있는 동안 학생들의 등교 거부운동이 철회됐고 폭력적 시위는 많이 줄었지만 핵 폐기장 유치에 대한 주민들의 반발은 여전하다.

―주민들이 정부의 우편 홍보물을 받는 것을 거부하는 등 대화 분위기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데 어떻게 설득하겠는가.

“주민들이 찬반 양측 의견을 고루 듣고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비전문가들의 ‘선동’에 따라 핵에 대해 막연한 불안감을 느끼기보다 전문가들의 견해를 듣고 자유롭게 의사 표현을 할 수 있는 분위기를 유도하겠다. 직접 전화도 하고 행정 조직을 활용해 주민 접촉을 늘려나갈 생각이다.”

―핵 폐기장 유치에 찬성하는 측은 원자력발전소가 있는 전남 영광을 다녀와서 “영광 굴비는 잘 팔린다”고 말하고 반대하는 측은 “영광이 죽음의 도시가 됐다”고 말하는 등 이견이 좁혀지지 않고 있다.

“그래서 빛과 그림자를 모두 다 보여줘야 한다. 주민들이 불안감을 가지고 있는 상태에서 임시 봉합으로 사업이 추진될 수는 없는 것이다.”

―핵 폐기장 유치 신청 당시 군민의 의견을 수렴하지 않았는데….

“신청 마감까지 4∼5일 밖에 남지 않아 공감대를 형성할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 민선 군수는 선거를 통해 어느 정도 권한을 위임받았다고 생각한다.”

요즘도 부안에서는 촛불집회가 매일 열리고 있으며 종교인과 주민들은 전북 전주까지 9일째 삼보일보(三步一拜) 행렬을 이어가고 있다. 또 민주당이 당론으로 핵 폐기장 유치에 반대하고 국정감사에서 한국수력원자력측의 용역 결과 은폐 의혹이 불거지는 등 김 군수에게는 힘든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이 사태가 결국 어떻게 진행될 것으로 보는가.

“주민들이 핵 폐기장이 안전하고 지역 발전의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을 깨닫게 되면 유치에 찬성하게 되리라고 생각한다. 모든 주민들이 각자 생업을 꾸려 나가면서 활발한 찬반 토론을 벌여 나갔으면 한다.”

김 군수는 “정부 일각에서 ‘백지화 검토론’을 흘리는 등 주민들을 헷갈리게 하지 말아야 하며 정치권이 이 사태를 악용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부안=김광오기자 ko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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