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철학자대회 10일 서강대서 개막

  • 입력 2003년 10월 9일 17시 4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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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철학자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한국철학자대회’가 10∼12일 서울 서강대 다산관에서 열린다.

이번 학술대회의 공동 주제는 ‘탈민족주의 시대의 민족담론’. 이 대회를 주관한 한국철학회의 엄정식 회장(서강대 교수·사진)은 “지금은 세계화를 지향하는 탈민족주의 시대지만 민족 문제는 분단시대를 살아가는 한국의 철학도로서는 피할 수 없고 피해서도 안 되는 과제라는 점에서 주제로 정했다”고 말했다. 한국도가철학회, 논리학회, 한국칸트학회 등 20여개 분과 학회들이 참여해 학회별로 총 70여편의 논문들을 발표한다.

일본 가나가와(神奈川)대 윤건차 교수는 발표문 ‘재일동포의 민족체험과 민족주의’에서 “현 시점에서는 탈민족, 탈국가를 강조하기보다는 자신의 민족, 국가 등을 둘러싼 정체성을 재구성하고 서로 자립할 수 있는 조건을 확보하면서 연대할 수 있는 영역을 넓혀가는 일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삼열 숭실대 교수는 발표문 ‘통일 논의에서 본 민족과 평화’에서 “현 단계에서 민족통일 논의는 민족 우선이냐 자유민주주의 우선이냐를 선택함으로써 평화를 깨뜨리고 전쟁으로 갈 수도 있는 위험을 안고 있다”며 “평화를 위해서는 분단도 감수하겠다는 의지로 인내하면서 평화적 통합을 지향한 독일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검찰의 조사를 받고 있는 송두율씨도 10일 발표자로 예정돼 있으나 참석 여부는 미정이다. 그는 ‘분단의 체험공간과 통일의 기대지평’이란 제목의 발표문을 주최측에 미리 보내왔다. 역사적으로 우리의 민족 담론에 포함된 저항성과 부정성을 보편성과 합리성으로 변화시켜야 한다는 논지를 펼치고 있다.

12일에는 유럽의 저명한 철학자인 슬라보예 지젝 교수(슬로베니아 류블랴나대)가 ‘파국(破局·catastrophes)과 함께 살아가기’를 주제로 특별강연을 갖는다. www.hanchul.org, 02-713-6263

김형찬기자 kh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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