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해농민 비관 자살

  • 입력 2003년 10월 2일 00시 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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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수해를 입은 농민이 당국의 실정과 무성의를 비판하는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지난달 30일 오후 8시경 강원 강릉시 성산면 산북1리 김모씨(52) 집에서 김씨가 독극물을 마시고 신음 중인 것을 귀가하던 아들(23)이 발견해 병원으로 옮겼으나 1일 오전 7시 40분경 숨졌다.

김씨는 공책에 쓴 9장의 유서에서 “지난해 태풍 복구작업이 제대로 되지 않아 올해 또 막대한 피해를 봤지만 조그만 도움의 손길도 없다. 죽고만 싶다”면서 “시장 도지사님 농민들의 마음을 헤아려 주시면 고맙겠습니다”라고 말했다. 김씨는 또 “지난해 태풍 때 막대한 정부예산을 들여서 복구를 했는데 올 태풍에 막대한 피해가 발생했다. 상부에서 엄격히 감사해 억울한 농민이 생기지 않도록 간곡히 부탁한다”고 말했다. 가족은 김씨가 지난해 수해를 복구한 농경지가 올해 또 피해를 본 것을 한탄했으며 농민들이 힘껏 농사를 지어도 늘 빚만 지는 현실을 탄식했다고 전했다. 김씨는 태풍 ‘매미’로 인해 논과 배추밭, 깨밭 3000여평이 빗물에 쓸려가는 피해를 봤으며 지난해에도 태풍 ‘루사’로 농경지 7000여평이 수해를 당해 은행빚만 1500여만원가량 진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또 태풍 ‘루사’ 이후 고된 수해 복구작업으로 인해 오른쪽다리의 통증을 자주 호소하기도 했다.

강릉=경인수기자 sunghy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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