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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3년 10월 1일 17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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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양초업계 최초로 한국표준협회가 인정하는 한국산업규격(KS) 표시 인증서를 받은 엠마우스산업 장애인 근로자들은 자신들이 만든 양초를 들고 환하게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광주 광산구 안청동 하남산업단지에 있는 엠마우스산업은 사회복지법인 무지개공동회가 운영하는 장애인 직업재활시설이자 양초 전문 생산업체.
이 곳에서 일하는 1∼3급 정신지체장애인 41명은 양초에 색깔을 입히고 심지를 자르며 생산된 제품을 포장하는 전 과정을 맡고 있다.
설립 12년째인 엠마우스산업은 직원인 장애인들에게 자신감과 용기를 심어주기 위해 KS인증을 시도했다.
엠마우스산업 문성극(文成極·46) 대표는 “장애인들이 만든 양초를 품질에 대한 믿음보다는 온정으로 구입하는 경우가 많았다”면서 “우리 제품이 품질로 승부한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KS 인증에 도전했다”고 말했다.
KS마크 인증을 받기까지 어려움도 많았다. 장애인들이 품질 개선과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새 작업 과정에 적응하는데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한국표준협회가 요구하는 규정집을 만드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어서 처음부터 다시 쓰는 일도 다반사였다.
1년여간 고생 끝에 장애인들은 국내 300여개 양초 제조업체 가운데 처음으로 지난달 KS 인증을 따냈다. 엠마우스산업은 이를 계기로 올 매출액을 지난해 4억3000만원보다 8000만원 많은 5억1000만원으로 잡았다.
엠마우스산업은 장애인들이 더 나은 직장에서 일할 수 있도록 ‘창업보육센터’ 역할도 하고 있다.
정금숙(鄭金淑·45) 사회복지팀장은 “장애인들이 한 곳에 안주하며 만족하지 않도록 입사한지 3, 4년이 지나면 다른 직장을 찾아주거나 직업훈련을 알선해주고 있다”면서 “이 곳에서 일을 배운 11명이 전자제품 조립 회사 등에 취직해 열심히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엠마우스산업 장애인들은 ‘나눔의 삶’을 실천하고 있다.
2000년부터 매월 1인당 3000원의 회비를 걷어 뜻있는 일에 쓰고 있다. 매년 연말 불우이웃돕기 성금을 기탁하고 있으며 지난해 8월에는 태풍 ‘루사’ 피해를 본 수재민들을 위해 36만3000원을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전달했다. 또 사회복지법인 산하 엠마우스복지관에서 생활하는 동료 장애인을 위해 매달 4만5000원을 후원회비로 보내고 있다.
광주=정승호기자 sh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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