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산불… 태풍… 주민들 ‘망연자실’

  • 입력 2003년 9월 26일 20시 3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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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이은 재해에 민심마저 흉흉합니다”

강원 강릉시 사천면 주민들이 5년 동안 4번의 대형 재해를 잇따라 당했다. 첫 시련은 1998년 3월 29일 순간 최대 초속 19.2m인 강풍과 함께 찾아온 산불. 5시간 만에 사천면 덕실리 속칭 평촌마을과 방동리 등 5개 마을 산림 301ha를 태워 29가구 101명의 이재민을 발생했다.

2년 후인 2000년 4월7일 발생한 불은 순간 최대 초속 25m인 강풍을 타고 마을 전체를 뒤덮어 1296ha의 산림이 불탔다. 주택 126채를 비롯해 200억원의 재산 피해가 났다.

지난해 태풍 ‘루사’는 이곳을 덮쳐 306채의 주택을 파괴했다. 농경지 868ha가 침수됐고 6명이 숨졌다. 1700여세대 가운데 914세대가 수해 피해를 입었다.

화마에서 회복하지 못한 마을 산의 표토는 골짜기를 타고 흘러내렸다. 아직도 산에는 마치 손톱으로 긁어낸 듯 한 하얀 상처들이 남아있다.

올해는 태풍 ‘매미’가 이 마을을 강타해 7개의 다리를 끊고 농경지 175ha를 황폐화 시켰다. 이곳 강릉 사천천에서 수해복구 작업을 하는 건설업자 최모(47)씨는 폭우가 쏟아지던 13일 새벽 몰아쳐 내려오는 하천 물길이 예사롭지 않게 느껴졌다. 작은 하천 29개의 물이 합쳐지는 이곳은 지난해 태풍 ‘루사’가 지나가기 전만해도 빗물이 하류까지 도착하는 데 3∼4시간이 걸렸으나 이번에는 1시간이 채 걸리지 않았다. 황폐해진 산에 내린 빗물을 곧장 하천으로 쏟아졌고 ‘루사’로 인해 직선화된 하천은 빗물의 ‘고속도로’나 다름 없었다. 하천과 산림이 ‘재해 방지턱’ 역할을 상실한 것.

한상돈(韓相敦·51) 사천면장은 “연 이은 재해로 주민들이 자포자기 하고 있다”며 “주민들이 안정적으로 살 수 있게 정부의 대책이 마련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강릉=경인수기자 sunghy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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