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참사때 두딸잃은 어머니 명복빌러 절에 갔다가 숨져

  • 입력 2003년 9월 15일 18시 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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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 ‘매미’가 대구지하철 방화 참사로 숨진 두 딸의 영혼을 달래기 위해 사찰을 찾은 40대 어머니의 목숨을 앗아갔다.

김춘현씨(49·여·대구 동구 불로동)는 12일 오후 10시10분경 경남 창녕군의 한 사찰에 머물던 중 흙더미가 ‘요사(절에 사람이 기거하는 집)’를 덮쳐 신도 신모씨(63·여)와 함께 변을 당했다.

당시 태풍 ‘매미’는 절이 있는 산자락에 시간당 90mm의 폭우를 퍼부었으며 요사채는 산사태에 밀려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김씨는 올 2월 큰딸의 대학졸업식에 가던 자매를 대구지하철 방화 참사로 잃은 뒤 추석을 맞아 두 딸의 명복을 빌기 위해 평소 자주 들르던 이 사찰을 찾아 불공을 올리고 하룻밤을 묵고 있었다.

김씨의 남편(55)은 “뜻밖의 사고로 잇달아 변을 당해 가슴이 미어진다”며 “하늘나라에서라도 모녀가 만나 같이 지내길 빌겠다”고 말했다. 김씨의 장례는 16일 치러진다.

창녕=강정훈기자 man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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