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수술법 試演뒤 환자 숨져

  • 입력 2003년 8월 26일 23시 34분


코멘트
수술실과 국제학술세미나실을 폐쇄회로(CC)TV로 연결해 생중계하는 첨단 수술법 시연(試演)의 대상이 됐던 40대 여성 환자가 수술 후 2주만에 숨지는 사고가 발생해 경찰이 조사에 나섰다.

26일 광주 동부경찰서에 따르면 환자 김모씨(49·여·대전 유성구)는 8일 전남대병원에서 정모 교수(정형외과)의 집도로 흉추 제1∼3번 후종 골화증(뼈가 굳어지며 신경을 누르는 증상)으로 척추 수술을 받았다.

그러나 김씨는 마취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뇌가 붓는 뇌부종 현상으로 의식불명상태에 빠졌다가 22일 오후 숨졌다.

김씨의 남편 최모씨(52)는 “멀쩡하던 아내가 수술 직후 뇌사상태를 보였다”며 “병원측이 수술 전에 아내가 학술대회의 첨단 수술법 시연 대상이라는 사실과 수술 후 나타날 수 있는 문제점 등을 가족에게 알리지 않은 것은 명백한 과실”이라며 경찰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수술 당일 전남대병원 산하 ‘국제척추교육센터’ 주관으로 일본 중국 필리핀 등 아시아 척추 수술 전문가와 국내 전문의 등 5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국제학술세미나가 열렸으며 참석자들은 김씨의 수술과정을 수술실과 교육센터를 연결한 CCTV를 통해 생중계로 보며 토론을 벌였다.

병원측은 이에 대해 “뇌부종은 수술과정에서 급작스럽게 발생할 수 있으나 김씨의 수술은 정상적으로 이뤄졌다”며 “학술세미나에 수술 내용이 공개된다는 사실을 환자 가족들에게 미리 알리지 못한 것은 잘못”이라고 말했다. 한편 경찰은 숨진 김씨의 정확한 사인을 가리기 위해 이날 부검을 실시하는 한편 수술 담당의사를 불러 과실 여부 등을 조사할 방침이다.

광주=정승호기자 shju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