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어떻게 운용되나]<2>장기 가치 배당투자

  • 입력 2003년 8월 25일 18시 08분


올 3월 11일 검찰이 SK글로벌 분식회계 수사 결과를 발표하자 국민연금관리공단 기금운용본부는 긴급 간부회의를 소집했다.

기금운용본부의 직접 주식투자 자금은 3조5000억원. 재계 3위인 SK그룹의 지주(持株)회사 격이자 화학업종 대표주인 SK㈜ 주식을 ‘상당량’ 가지고 있는 것이 당연했다.

이 주식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다른 국내 기관투자가들이 앞을 다퉈 주식을 시장에 내던지면서 2월 말 주당 1만3000원이던 주가는 3월 14일 5890원까지 떨어졌다.

▽국민 손해 피한 원칙의 힘=“팔자” “말자”가 맞서며 회의는 일곱 차례나 열렸다. 긴긴 토론 끝에 내린 결론은 기업의 가치를 믿고 기다리자는 것.

정인호 리서치팀장은 “SK글로벌이 최악의 상황을 맞더라도 SK㈜의 가치를 감안할 때 주가가 1만원 아래로 내리는 것은 시장의 오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가치가 높은 기업을 골라 적어도 1, 2년 이상 장기로 투자하는 기금운용본부의 투자원칙에 따르면 이 결정은 당연한 것이었다. 결과도 옳았다.

겁에 질린 투자자들이 던진 주식을 헐값에 받으며 소버린자산운용 등 외국인투자자들이 지분을 늘렸다. 3월 14일 27.09%이던 외국인 지분은 다음날부터 오르기 시작했다. 8월 22일에는 46.22%로 올랐다. 같은 기간 주가는 195.42% 올랐다.

결과론이지만 당시 기금운용본부가 주식을 내던졌다면 국민이 낸 보험료를 외국인에게 퍼주는 꼴이 됐을 것이다. 증시도 붕괴 직전에 이르렀을지 모른다.

▽멀리 내다본 장기 가치투자=25일 현재 기금운용본부는 리서치팀이 고른 125개 주식 가운데 73개에 투자하고 있다.

지난해 주식시장의 평균 매매회전율이 248.86%인데 비해 기금운용본부의 평균 주식 매매회전율은 22.24%에 불과하다. 시장 평균보다 매매 회수가 10분의 1도 안 된다. 그만큼 장기로 투자한다는 뜻이다.

장재하 주식운용팀장은 “일반 펀드 운용사에서는 못하는 장기 투자를 할 수 있어 좋다”며 “단기 수익에 연연하지 않고 2, 3년 뒤를 내다보고 투자한다”고 말했다.

현재 보유하고 있는 삼성전자 LG전자 LG건설 현대모비스 등은 모두 2, 3년 뒤를 내다보고 장기 투자를 해 성공한 케이스.

올 2월부터 내재가치가 좋은 한 제약회사 주식을 하루평균 2500주씩 조용히 매집 중이다.

▽배당투자로 안정적 연금 마련=기금운용본부는 2003년 들어 배당투자에 부쩍 열을 올리고 있다. 삼성전자 우선주, 포스코, 삼성SDI, LG건설, KT&G, LG전선 등에 투자한 결과 3월 이후 주가도 많이 올랐고 배당금도 짭짤하게 받았다.

2002년 받은 배당금은 550억원. 2003년에는 930억원, 2004년에는 1300억원으로 늘 전망이다. 2002년 말 증시의 평균 배당수익률은 1.56%였지만 국민연금의 배당수익률은 1.65%였다. 2003년과 2004년에는 각각 2.14%와 2.43%로 높일 계획이다.

장 팀장은 “연금 생활자들에게 안정적으로 노후자금을 마련해 주어야 하는 연기금에는 배당투자가 제격”이라고 말했다.

신석호기자 ky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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