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土公, 무분별 땅 매입 7550억 손실”

  • 입력 2003년 8월 25일 06시 4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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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토지공사가 외환위기 당시 기업구조조정을 돕기 위해 기업 보유 토지를 매입하면서 무분별하게 땅을 사들여 7500여억원의 손실을 본 것으로 드러났다. 또 건설교통부가 충분한 경제성 검토 없이 22건의 국도건설 계획을 세우는 바람에 2조3665억원의 예산이 낭비될 우려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이 24일 한나라당 임인배(林仁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토지공사는 1998년 정부의 ‘금융 기업 구조개혁 촉진방안’에 따라 외환위기 때 자금난에 처한 한화 등 505개 기업들로부터 2조6101억원 상당의 토지를 매입했다.

그러나 감사원이 토지공사가 매입한 토지를 2008년에 매각하는 것을 기준으로 계산할 때 2002년 말 현재 7550억여원의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추산했다.

이는 토지공사가 우량토지를 선별할 수 있는 기준을 마련하지 않은 채 매각 가능성이 희박한 토지를 사들였기 때문으로 그 규모는 1조3782억원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토지공사가 1998년 4월부터 매입한 전체 토지의 52%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또 토지공사는 구조조정 중인 기업의 토지를 매입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부채가 없는 기업의 토지를 3845억원을 주고 매입해 663억원의 손실을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임 의원은 “감사 결과 김대중(金大中) 정부가 빠른 시간 내에 외환위기 극복의 가시적 성과를 올리기 위해 공기업인 토지공사로 하여금 무리하게 땅을 사들이게 한 결과”라고 지적했다.

또 감사원이 24일 한나라당 서상섭(徐相燮)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건교부는 97∼99년 사업의 경제적 타당성을 제대로 따지지 않고 강원 충청 전라 등 전국의 22개 국도 건설 계획을 세운 것으로 드러났으며 이 중 4건은 이미 2000년부터 사업에 들어갔다.

감사결과에 따르면 22개 국도 건설에 들어가는 총 사업비는 2조3665억원에 이르며 2000년 사업이 이미 시작된 4건의 국도 건설 비용만도 1240억원에 달한다. 나머지 18개 사업은 2005년 착수 예정이다.경제성 분석 지표인 ‘투입비용 대비 사회적 편익(B/C·Benefit/Cost)’이 1보다 낮을 경우 경제성이 없다고 볼 수 있으며 이번에 감사원이 지적한 22개 국도 모두 ‘B/C’가 1보다 낮았다는 게 감사원의 감사 결과라고 서 의원은 설명했다.감사원 자료에 따르면 2000년 사업이 시작된 강원 철원군 ‘마현-생창’ 도로의 경우 ‘B/C’가 0.04에 불과했다. 2005년 착수 예정인 전남 진도군 ‘군내-고군’ 도로도 교통량이 감소할 것으로 예측됐는데도 오히려 차선 확장을 추진 중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명건기자 gun43@donga.com

박민혁기자 mh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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