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동서남북/총기밀반입 '구멍' 막아라

  • 입력 2003년 8월 19일 22시 06분


부산 감천항을 통해 총기가 밀반입돼 범죄에 사용되고 있어 시민들이 불안에 떨고 있지만 관련 기관들이 별다른 대책을 마련하지 못해 비난을 사고 있다.

경찰 조사결과 6일 경기 파주시 교하농협 운정지점 권총강도 사건의 주범인 이모씨(46)가 권총 2정과 실탄 27발을 감천항으로 통해 들여온 것으로 밝혀졌다.

19일 실시된 현장검증에서 이씨는 필리핀 선원이 권총을 수건에 싸서 2.7m 높이의 펜스 너머 부두 밖 일반도로 쪽으로 던진 것을 기다리고 있다 집어가는 모습을 재연했다.

허술한 보안 때문에 누구든지 마음만 먹으면 부두 안에서 펜스를 통해 총기나 마약을 쉽게 육상으로 반입할 수 있다는 사실을 그대로 보여줬다.

올 4월 부산에서 발생한 러시아 마피아 두목 총기살해 사건에 사용된 러시아제 권총 2정도 이 같은 방법으로 국내에 반입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 같은 우려 때문에 수년전부터 감천항을 통한 총기나 마약의 밀반입 우려가 높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돼 왔지만 관련 기관인 부산경남본부세관과 부산지방해양수산청이 예산 등을 이유로 소극적으로 대처해 항만보안에 ‘구멍’이 난 것으로 볼 수 있다.

감천항의 전반적인 보안과 관리는 해양수산청이 맡고 있고 밀수품 감시는 세관이 담당하고 있지만 서로 유기적인 협조가 부족한 데다 장비와 인력이 턱없이 부족해 관계자들은 “이 상태로는 도저히 총기반입을 막을 수 없는 상태”라고 말하고 있다.

세관과 해양수산청 산하 부산항부두관리공사는 6.7km에 이르는 감천항 펜스에 20개 초소를 두고 130여명의 인원을 투입하고 있지만 3교대인데다 선원들의 휴대품을 감시하는 인원을 빼면 실제 경비를 담당하는 직원은 30여명에 불과해 철저한 보안을 하기에는 역부족인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면 양 기관은 감천항의 보안을 확보할 수 있는 근본적인 감시체계를 마련하고 예산확보에 나서야 했지만 보안의 허점을 악용한 총기 밀반입에는 무용지물이나 다름없는 금속탐지기만 추가로 설치하는 등 ‘전시행정’만 했을 뿐 실질적인 대책은 세우지 않고 있다.

지금이라도 종합적인 보안대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한국은 곧 총기안전지대에서 제외될 것이라는 사실을 당국자들이 명심해야 할 것이다.

석동빈기자 mobid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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