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다리-뱃길 놓고 '줄다리기'

  • 입력 2003년 8월 19일 22시 06분


경남 거제시가 건설 중인 교량으로 인해 인근 조선소가 선박 건조 등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데도 대책을 세워주지 않아 해당 업체가 750억원대의 선박 수주를 못할 위기에 처했다.

거제시 사등면 성포리 ㈜녹봉조선은 19일 오전 회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현재 15%가량 공사가 진행된 가조연륙교와의 충돌 방지를 위해 배를 건조하는 회사 내 선대(船臺) 이전 등을 거제시에 요구했으나 9개월 동안 해결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이 회사 관계자는 “최근 그리스의 한 선사로부터 6000t급 화학제품 운반선 6척을 6300만달러에 수주하고도 정식 계약을 체결하지 못하고 있다”며 “다음달 중순까지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선박 수주를 포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녹봉조선은 거제시가 사등면 성포리와 가조도를 잇는 가조연륙교(길이 680m)를 설계하면서 선박 진수(進水) 방식을 감안하지 않아 교량과의 충돌이 불가피하다며 지난해 11월부터 2개의 선대 중 교량 방향인 제 1선대의 이전을 요구해 왔다.

이 회사는 건조한 배를 레일을 따라 자연스럽게 바다로 내려 보내 수면에 띄우는 ‘슬립 웨이(slip way)’ 방식으로 진수하고 있어 580m의 활주 공간이 필요하지만 연륙교와 선대와의 거리는 335m에 불과하다.

거제시는 그러나 “녹봉조선의 설비가 낡아 슬립웨이 방식을 사용하는 다른 조선소에 비해 활주 공간이 많이 필요한 것인데도 책임을 시에 떠넘기고 있다”며 “회사 측 요구는 수용이 어렵다”고 밝혔다.

거제시는 50여억원의 비용이 필요한 선대 이전 대신 ‘드래그 라인(drag line)’ 방식을 채택하면 연륙교와의 충돌 위험이 제거된다는 입장이다. 이는 진수 선박의 한쪽 편에 매단 쇠줄을 단계별로 서서히 잡아당겨 진행 방향을 바꾸고 활주 거리도 줄이는 방식이다.

이에 대해 녹봉조선 한재진 부사장은 “드래그 라인 방식은 안전성이 담보되지 않아 수용할 수 없다”며 “교량 가설로 생긴 모든 문제는 거제시가 즉각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거제=강정훈기자 man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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