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 이곳]신세대 방송인 조정린의 도산공원

  • 입력 2003년 8월 19일 18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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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대 방송인 조정린이 18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도산공원 안의 기념비 앞에서 깜찍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훈구기자
신세대 방송인 조정린이 18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도산공원 안의 기념비 앞에서 깜찍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훈구기자
고교 2학년 때 학생회장에 당선됐다. 남들은 “제가 당선되면…”으로 시작되는 유세를 했지만 그는 아니었다.

“이번엔 원빈 오빠의 성대모사를 해 보겠습니다.”

계속되는 연예인과 교사의 성대모사에 학생들은 까무러쳤고 학생회장에 무난히 당선됐다. ‘제2의 박경림’으로 불리는 신세대 방송인 조정린(19)의 학창시절이다.

고교 3학년 때는 한 방송국이 주최한 모창대회에서 가수 ‘양파’의 흉내로 대상을 거머쥐었다. 그러나 이날 주최측을 놀라게 한 것은 그의 성대모사 실력보단 그를 응원하는 엄청난 방청객 수였다.

진상은 이랬다. 그는 이날 인기그룹 ‘god’가 나온다고 헛소문을 퍼뜨려 전교생을 끌어 모았다. 그러나 실제 초대가수는 모창가수 ‘너훈아’였다. 그에게 속았다고 생각한 전교생은 그의 대상 수상 소식에 싸늘한 시선을 보냈다.

이러한 그의 행적에서 넘치는 끼와 열정을 짐작할 수 있다. 이제 그는 TV와 라디오를 통틀어 6개 프로그램에 고정 게스트로 출연할 정도로 가장 바쁜 10대 연예인이 됐다.

그를 18일 오후 6시경 서울 강남구 신사동 한 미용실에서 만났다. 평범한 소녀에서 깜찍한 연예인으로 변신케 하는 이곳을 그는 좋아한다. 또 미용실에서 걸어서 1분 거리에 그의 피서지가 있어 금상첨화다.

“도산공원 와 보셨어요? 나뭇잎 사이로 내리쬐는 연두색 햇살이 얼마나 예쁜지 몰라요.”

이날은 아쉽게도 비가 왔다.

“비가 오면 운치가 더하죠. 빗소리를 들으며 서양식 정원 같은 산책로를 걸으면 마음이 편해져요.”

1973년 서울 중랑구 망우동 공동묘지에 안장돼 있던 도산 안창호(安昌浩) 선생의 묘소를 이장한 뒤 조성한 1만평 규모의 도산공원.

신채호(申采浩) 선생이 보낸 서한과 흥사단 활동 당시 문서 등 200점의 사료가 전시된 기념관과 동상, 어록비, 그리고 무궁화 등 관목 7600여 그루가 빽빽이 들어선 이곳에서 그는 성대모사 연습도 하고 대본구상도 한다. “도산공원을 무대로 드라마 대본을 쓰고 있어요. 예뻐지고 싶어 하는 소녀와 멋진 남자의 로맨틱 코미디인데 도산공원은 소녀가 날씬해지기 위해 매일 달리는 곳이에요.”

안창호 선생에 대해 많이 아느냐고 물었다. 대답 대신 어록비를 가리켰다.

‘낙망(落望)은 청년의 죽음이요 청년이 죽으면 민족이 죽는다.’

“청년을 매우 사랑하신 분 아닌가요? 이 말을 가끔 떠올리며 힘을 얻어요. 솔직히 방송에서 매일 새로운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게 큰 부담이 돼요. 그래도 희망을 잃지 말아야죠. 민족이 죽으면 큰일이니까요.”

민족계몽과 독립운동을 이끈 도산의 얼이 서린 공원은 신세대 스타에겐 자신을 가꾸고 담금질하는 공간으로 자리하고 있었다.

이재명기자 egij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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