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멘트조각 크레인서 추락…'청계천 조급증' 안전사고 속출

  • 입력 2003년 8월 14일 18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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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오후 11시50분경 서울 종로구 관철동 삼일고가 철거작업 중 길이 5m, 두께 1m 크기의 시멘트 난간이 크레인에서 떨어져 고가 밑을 지나던 승용차를 덮쳤다.

다행히 운전자 등 차 안에 있던 2명은 가벼운 부상만 당했으나 큰 인명피해로 이어질 뻔한 아찔한 사고였다.

경찰 조사 결과 현장 인부들이 크레인으로 난간을 지지하지 않고 절단작업을 하는 등 안전규정을 지키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청계고가도로 철거공사 현장에서 안전사고가 잇따르는 근본 이유는 서울시의 ‘조급증’이라는 분석이다.

최근 2주일 동안 이런 안전사고가 3건 발생했으며, 이는 교량 해체공사가 흔하지 않은 점을 감안하더라도 높은 사고율이라는 것이 공사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청계천 복원공사는 7월 전격적으로 시행된 이후 공사 기간이 두 차례나 단축돼 철거 완료시기가 10월 중순에서 8월 말로 한 달반가량 단축됐다.

이에 대해 서울시측은 “시민들의 교통 불편과 인근 상인들의 손실을 고려해 공사를 서두르는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특히 3건의 사고가 모두 야간작업 중 일어나 서울시가 공기단축을 위해 무리한 야간작업을 강행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3공구 건설을 맡고 있는 현대건설 손문영(孫文榮) 현장소장은 “예상보다 공사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는 데다 당초 설계사가 정한 공사기간에 여유가 있었고, 복원공사가 완료되는 2005년 9월 전에 장마철이 있기 때문에 공사를 서두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경실련 서울시민사업국 김건호(金建鎬) 간사는 “공사기간을 단축하다 보면 안전사고 등 부작용이 생기는 것은 당연하다”며 “서울시가 임차상인 문제나 주변 재개발 문제 등 산적한 문제들은 해결하지 않으면서 공사기간 단축만 시민들에게 홍보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간사는 “서울시가 이명박(李明博) 시장 임기 안에 공사를 마치려고 조급해 하지 말고 이런 문제들을 어떻게 해결하고 있는지를 알려야 시민들에게 신뢰를 얻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 청계천복원추진본부 양윤재(梁鈗在) 본부장은 “공사기간 단축과 이 시장의 임기는 아무 관계가 없다”며 “감독 탓도 있지만 이번 안전사고의 근본적인 원인들은 하청업체들의 부주의 탓”이라고 밝혔다.

김선우기자 sublime@donga.com

장강명기자 tesomi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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