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중생 ‘토익브리지’ 異常 열풍

  • 입력 2003년 8월 6일 18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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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S초등학교 1학년 나모양(7)은 여름방학을 맞아 학원에 다니며 영어인증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영어학원에서 간단한 회화 등 기초적인 영어 의사소통 능력을 배우는 또래들과 달리 나양은 중고생처럼 영문법, 어휘, 독해력 등 실전 시험에 대비하고 있다.

나양이 응시하려는 영어인증시험은 영어 초급자의 실력 평가를 위해 만들어진 ‘토익브리지(TOEIC Bridge)’. 나양은 예비토익 격인 이 시험을 치른 뒤 실력을 더 쌓아 토익에 도전해 볼 계획이다.

최근 초등학생과 중학생을 중심으로 토익브리지 열풍이 불고 있다. 토익브리지는 토익 성적 470점 이하(만점 990점)의 영어 초급자가 응시하는 시험으로 만점은 180점이다.

5일 이 시험을 주관하는 국제교류진흥회에 따르면 토익브리지 응시자는 도입 첫 해인 2001년 2716명에서 지난해 7002명으로 두 배 이상 껑충 뛰었고 올해는 상반기에만 이미 지난해 전체 응시자 수를 넘어선 8854명이 응시했다.

6월에 실시된 토익브리지 시험의 경우 응시자 3650명 중 초등학생이 1095명(30.3%), 중학생 2190명(60.1%)으로 초등생 및 중학생의 비율이 전체 응시자의 90%가 넘었다.

초등생 및 중학생이 토익브리지 시험에 몰두하는 것은 외국어고 등 특수목적고나 대학 입시에서 토익 등 영어인증시험 점수가 중요한 전형요소로 반영되기 때문.

토익브리지 시험을 두 번 봤다는 서울 B중학교 1학년 심모군(13)은 “문제가 생각보다 어려웠지만 영어공부와 함께 고교 입시 준비도 되기 때문에 계속 시험을 치를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전국의 영어학원들도 토익브리지 준비과정을 잇달아 개설하고 수강생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현재 토익브리지 강의를 진행하는 학원은 서울 N학원, 울산 I학원 등 전국에 60개가 넘으며 지난달에는 서울 노원구에 토익브리지 전문학원도 등장했다.

전문학원 관계자는 “영어회화 프로그램을 운영할 때는 수강생이 30여명에 불과했으나 토익브리지 전문학원으로 전환하자 100여명으로 3배 이상 늘었다”며 “학생이 계속 늘어날 것에 대비해 강사를 추가로 모집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교육전문가들은 이 같은 토익브리지 열풍이 영어를 처음 배우는 학생들에게 언어능력 향상보다는 시험점수 따기 공부에 매달리도록 하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영어를 재미있게 배워야 할 시기에 시험을 통해 점수만을 강조하다보면 학생들이 영어에 대한 흥미를 잃게 될 수도 있다는 것.

서울대 권오량(權五良·영어교육과) 교수는 “초중학생의 영어 공부는 말하기, 읽기, 쓰기 등을 중심으로 이뤄져야 하며 시험은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실력을 평가하는 하나의 도구로 활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손효림기자 ary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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