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쟁점/부천 원미구 '시각장애인복지관' 착공 난항

  • 입력 2003년 7월 23일 18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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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장애인이 이용하는 점자도서관은 혐오시설인가?

경기 부천시가 시각장애인을 위해 점자도서관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 시의원과 주민들의 반대로 착공이 미뤄지고 있다.

▽점자도서관 건립 계획=부천시는 시내에 거주하는 2145명의 시각장애인을 위해 1999년 5월 원미구 심곡2동에 있던 2층 건물에 부천점자도서관(연면적 180평)을 개관했다.

이 도서관은 각종 점자도서 469종 2만2169권과 자유열람실 등을 갖추고 있다. 한달 평균 이용객은 1000여명에 이른다.

도서관 건물이 1970년대 후반에 건축돼 낡은데다 공간이 비좁아 신축 필요성이 제기돼 왔다.

시는 2001년 10월 원미구 중동 1051의 8 꿈빛도서관 인근 부지에 점자도서관을 신축하는 계획을 세웠고 이듬해 4월 경기도의 투융자 심사를 통과했다.

▽사업 표류=시의회는 3월 국비를 최대한 지원받아야 한다는 이유를 내세워 사업 명칭을 시각장애인종합복지관(도서관 포함) 건립 계획으로 바꿨다.

현재의 점자도서관을 헐고 새로 짓는 쪽으로 사업계획도 변경했다. 시의회는 42억원을 들여 지하 1층, 지상 3층, 연면적 900평 규모로 복지관을 짓는 안을 가결했다.

이에 대해 복지관 주변 주민 180명은 복지관이 들어서면 생활이 불편하고 사유재산이 침해될 우려가 있다며 집단민원을 제기했다.

또 동네에 보훈회관과 노인복지회관 등 복지시설이 이미 들어서 있기 때문에 지역 안배 차원에서도 불합리하다고 주장했다.

시의회가 재검토를 요구하자 시는 11일 꿈빛도서관 인근 부지(600평)로 위치를 바꿔 시의회에 사업승인을 신청했다.

시의회는 “도서관 부지가 신도시 중심지역에 있어 땅값이 평당 1000만원을 호가하는데 부지 면적에 비해 건축 규모가 적절하지 못하다”는 이유로 부결시켰다.

▽전망=시의회는 원미구 중2동 원미보건소 신축부지 인근 300평을 점자도서관 부지로 검토할 것을 시에 권고했다.

그러나 장애인들은 교통 여건이 상대적으로 좋은 꿈빛도서관 부지를 희망하고 있다.

한국장애인단체 총연맹은 “일부 시의원이 ‘장애인시설을 건립하기에는 부지가 아깝다’며 반대해 부결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장애인 비하 발언에 대해 사과하고 사업을 원안대로 추진하라”고 요구했다.

시 관계자는 “의회가 권고한 부지도 인근 아파트 주민들이 반대할 가능성이 높아 사업이 상당기간 지연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황금천기자 kc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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