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완 게이트 꼬리무는 의혹]도난 100억 北송금 연관 있나

  • 입력 2003년 7월 2일 18시 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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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무기중개업자인 ‘김영완(金榮浣·50)’이란 이름은 박지원(朴智元) 전 문화관광부 장관이 구속되던 지난달 18일 세간에 알려졌다.

대북 송금 의혹 사건을 수사한 송두환(宋斗煥) 특별검사팀이 박 전 장관이 현대측에서 받은 양도성예금증서(CD) 150억원을 세탁한 인물로 그를 지목한 것.

그 뒤 김씨는 100억원대의 금품을 집에서 떼강도에게 강탈당한 사실과 당시 청와대가 금품 강탈사건을 은폐 축소하는 것에 개입한 사실이 속속 드러나면서 화제의 중심인물로 부상했다. 김씨 관련 사건은 한 가닥씩 새로운 사실이 밝혀질 때마다 상식으로는 납득할 수 없는 의문과 의혹이 겹쳐지면서 ‘김영완 게이트’로 비화됐다.

▽발단=대북 송금 특별검사팀이 지난달 18일 박 전 장관에 대해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청구한 구속영장에는 김씨가 박 전 장관의 지시를 받고 2000년 4월 모 호텔 객실에서 정몽헌(鄭夢憲) 현대아산이사회 회장을 만나 남북정상회담 준비 비용 명목으로 150억원을 지원해주도록 요청한 사실이 적시됐다. 특검팀은 박 전 장관이 ‘남북정상회담 추진비’ 명목으로 현대에서 받은 CD의 돈세탁을 주도한 인물로 김씨를 지목했다. 하지만 미국 시민권자인 김씨는 특검법이 통과된 직후인 올 3월 미국으로 이미 출국했고 특검의 수사 기간 연장이 좌절되면서 이 부분에 대한 수사는 검찰 또는 다른 특별검사의 손으로 넘어가게 됐다.

▽100억원대 금품 강탈 사건=박 전 장관이 영장 실질 심사를 받는 과정에서 지난해 3월 김씨 집에 7인조 강도가 침입해 현금과 무기명 채권 등 100억원대의 금품을 강탈한 사건이 뒤늦게 불거졌다.

이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서울 서대문경찰서가 당시 청와대측의 압력으로 상급기관에 정식 보고를 하지 않았으며 돈의 성격에 대해서는 아예 조사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또 경찰관들은 보안을 유지한다는 이유로 호텔에서 조사를 했으며 범인들과 어울려 양주 파티까지 벌이기도 했다.

청와대 압력 부분에 대해 경찰은 자체조사를 통해 박 전 장관의 측근으로 당시 청와대에 파견 근무를 했던 박종이(朴鍾二) 경감이 평소 알고 지내던 경찰청 이승재(李承栽) 수사국장에게 전화한 것이 전부인 것처럼 발표했다.

▽베일에 싸인 김영완과 유명인사들=무기중개상 출신으로 부동산업계의 ‘큰손’이라는 것 외에는 실체가 드러나지 않고 있는 김씨가 정관계와 재계, 학계의 유명인사들과 친분을 유지했다는 사실도 속속 밝혀지고 있다.

김씨는 이익치(李益治) 전 현대증권 회장이 주가 조작 사건에 연루돼 구속되기 직전 잠적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운전사가 이 전 사장을 수행하게 할 정도로 밀접한 사이였다. 이외에 YS 정부 시절 군과 정보기관의 고위 관료를 지낸 K씨, 유명대학 총장인 K씨와 수시로 골프를 하는 등 친분을 유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가 이들을 통해 정치인이나 정부 관계자들을 소개받아 이권을 챙기려 했다는 의혹도 있다.

▽100억여원을 둘러싼 의혹=이번 사건에 대한 진상 규명의 핵심은 김씨가 강탈당한 현금과 채권 등 ‘100억원’의 성격과 출처를 밝히는 일이다. 또 김씨가 1999년 하반기부터 2000년 상반기에 걸쳐 강남구 압구정동 한양아파트 뒤쪽 이면도로에서 4차례에 걸쳐 건네받아 종로구 평창동 자택으로 운반한 정체불명의 현금 160억∼180억원의 성격도 규명돼야 할 부분.

김씨가 강탈당한 채권의 신고를 바로 하지 않고 범인 검거보다는 채권 회수에 필사적으로 매달린 이유도 밝혀져야 할 대목이다. 김씨가 지난해 3월 강탈당한 채권 545장(90억7000만원 상당) 중 336장이 배서가 필요한 국민주택채권이기 때문에 돈세탁 경로가 드러날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채권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사채시장 등에서는 김씨가 세탁한 돈의 규모가 현대 비자금 150억원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는 얘기가 무성하다. 괴박스로 배달된 160억∼180억원은 이와는 별개의 것일 수 있으며 남북정상회담과 현대의 유동성 위기를 전후해 음성적으로 조성된 자금의 규모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라고 한 사채업자는 전했다.

황진영기자 bud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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