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조흥은행 또 다른 악선례 안돼야

동아일보 입력 2003-06-22 18:22수정 2009-10-10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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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대란으로 발전할 수도 있었던 조흥은행 파업 사태가 노사정 타협으로 해결된 것은 다행이다. 자칫 금융전산망이 멈추기라도 했으면 정부와 노조 모두 감당할 수 없는 사태가 올 뻔했다. 하지만 이번 사태는 파업에 돌입하기까지의 과정, 향후 노사관계에 미칠 영향, 통합은행의 앞날 등에서 적지 않은 문제점을 남겼다.

가장 큰 교훈은 경제문제에 정치적으로 접근하면 반드시 후유증이 남는다는 점이다. 조흥은행 매각은 작년 대선과정에서 여야 모두 독자생존을 약속하는 듯한 희망을 주면서 문제가 꼬이기 시작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당선자 시절 조흥은행 노조와의 면담에서 독자생존 약속으로 오해될 수 있는 발언을 했다. 노조가 집단행동으로 밀어붙이면 매각을 저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오판한 데는 이런 배경이 작용했다.

이번 파업에 대해 정부는 민영화를 관철했고 노조의 통합은행장 추천권 요구를 거부했다는 점을 들어 원칙을 지켰다고 자평하지만 노조가 벼랑 끝 전술을 통해 당초보다 더 많은 것을 따낸 것 또한 사실이다. 이 부분은 향후 노사관계에 좋지 않은 선례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노사정 합의문’ 가운데 ‘대등 통합’과 ‘최대한 독립경영 보장’ 부분은 문구 해석을 둘러싸고 두고두고 논란의 소지가 될 것이다. 문구가 어떻게 됐건 합병의 주체는 신한은행이며 조흥은행은 흡수 합병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양 은행의 화학적 결합이 지장을 받는다면 이번 타협은 미봉책이라는 비난을 면키 어려울 것이다. 조흥은행 노조는 양 은행 통합이 시너지 효과를 내도록 최대한 협조해야 할 의무가 있다.

파업의 책임 문제는 그대로 남는다. 정부가 이번 파업을 불법으로 규정한 이상 파업 책임자에 대한 대검의 소환조사 방침은 이행돼야 한다. 그래야 30일 한국노총 총파업, 다음달 2일 현대자동차를 포함한 민주노총 금속연맹 파업 등 줄줄이 예정된 노동계의 하투(夏鬪)에 법과 원칙이 살아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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