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들에게 ‘끔찍한 세상’…몸값 1억원 받고도 10분후 납치 여대생 살해

  • 입력 2003년 6월 10일 18시 27분


코멘트

여대생을 납치해 1억원의 몸값을 받아낸 납치범들이 이 학생을 살해, 한강에 버리려다 경찰에 붙잡혔다. 납치범들은 여대생의 부모로부터 몸값을 챙긴 뒤 불과 10분 만에 학생을 목 졸라 살해한 것으로 드러났다.

▽사건 발생=서울 강남경찰서에 따르면 숨진 김모씨(21·C대 3년)는 10일 오전 1시경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입구에서 박모씨(25)와 한모씨(26·이상 무직)에 의해 납치됐다. 김씨는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대학로에서 친구의 생일파티를 마치고 늦게 귀가하던 길이었다.

▼관련기사▼
- 강남 여대생 '계획적 살해' 가능성
- 강남 여대생 납치살해범 영장
- 유괴시 행동요령
- 여대생 납치살해 시간대별상황
- 40代부부도 지방원정 여대생 납치
- 목포선 딸 유괴범 잡으려던 아빠 숨져

범인들은 다짜고짜 흰색 플라스틱 끈으로 김씨의 목을 낚아챘다. 이어 박씨 소유의 코란도 승용차에 태운 뒤 손발을 묶었다. 한씨는 자신의 옵티마 승용차를 몰고 박씨와 함께 마포구 망원동 한강둔치로 향했다.

오전 3시경 범인은 김씨의 아버지(48·K내과의원 원장)에게 전화를 걸어 몸값으로 1억원을 요구했다. 김씨의 아버지는 10일 오전 9시 반 여의도 국민은행에서 현찰로 1억원을 찾아 여행용 가방에 담은 뒤 10시경 약속 장소인 난지도 부근 철길노변에 내려놓았고, 범인들은 곧바로 이를 찾아갔다.

그러나 ‘돌려보내겠다’는 약속은 휴지조각이 되었다. 납치범은 자신들의 얼굴을 본 김씨가 신고할 것으로 판단하고 “살려달라”며 애원하는데도 목 졸라 살해했다.

▽검거 경위=범인들은 김씨의 시체를 한강에 버리기로 하고 근처 시장에서 대형 트렁크를 구입해 시체를 담고, 날이 어두워지기를 기다렸다.

몸값을 주었는데도 딸이 돌아오지 않자 아버지 김씨는 4시간 정도가 지난 이날 오후 2시경 뒤늦게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이날 오후 3시경 김씨의 휴대전화를 추적, 전화기 위치인 서울 마포구 성산동 일대에 수사관들을 급파했다.

범인들은 코란도 승용차 뒷좌석에 시체가 든 가방과 5000만원이 든 돈가방을, 옵티마 승용차 뒷좌석에는 5000만원의 현금 돈다발을 놓은 채 성산대교 북단 한강시민공원에 주차 중이었다.

검문검색을 벌이던 경찰은 승용차 밖으로 끈이 나와 있는 점을 수상히 여겨 차량을 수색한 끝에 김씨의 시신을 발견했다.

▽범행 동기=박씨와 한씨는 마포구 A공고 동창생 사이로 보름 전부터 ‘한탕’을 모의한 것으로 조사됐다. 한씨는 경찰에서 “곧 이혼할 부인에게 지급할 위자료 1500만원이 필요해서”, 박씨는 “할부로 산 코란도 승용차 값을 갚아야 했고, 집안형편이 어려운 여자친구를 도와주기 위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털어놨다.

박씨는 군 제대 후 지난해 말까지 1년 반 동안 압구정동 H백화점 지하 식품판매점 점원으로 일한 적이 있어 압구정동 일대 지리에 익숙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보름 동안 압구정동 일대를 돌아다니며 혼자 늦게 다니는 젊은 여성을 물색했으며, 범행 당일 금반지 금팔찌를 착용한 채 명품 브랜드 핸드백을 들었던 김씨를 타깃으로 삼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조인직기자 cij1999@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