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보따리상 단속에 팬티농성 '맞불'

  • 입력 2003년 5월 27일 21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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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韓中) 국제여객선을 이용해 중계 무역을 하는 보따리상과 세관이 휴대품 반입을 놓고 끝없는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26일 인천항의 관문인 국제여객터미널에서 일부 보따리상이 휴대품 단속 강화에 반발해 팬티 차림으로 집단 농성을 벌였다.

보따리상은 생계를 위해 배를 타는 소상인들을 각종 규제로 압박하고 있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이에 대해 세관은 집단행동을 통해 자신들의 이익을 관철하려는 행동은 사라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보따리상의 집단행동=보따리상의 집단 농성은 매년 2, 3차례 있지만 신체 부위를 장시간 노출한 채 시위를 벌이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26일 오전 10시경 웨이하이(威海), 톈진(天津)에서 온 보따리상 150여명은 중구 항동 제2국제여객터미널에서 농성을 벌였다. 이 가운데 50여명은 오후 1부터 2시간가량 상의를 모두 벗고 팬티만 입은 채 침묵 농성을 벌였다.

2척의 국제여객선에 탑승한 70여명의 중국 대만 등 외국인들은 국제항인 인천항에서 벌어진 팬티 시위를 지켜보며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다.

보따리상들은 이날 세관이 촉수검사(휴대 스캐너를 이용한 몸 수색)를 한 것에 반발해 농성을 벌였다고 주장했다.

보따리상 이모씨는 “세관이 바뀐 규정을 제대로 홍보하지 않은 채 이를 적용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인천 관계기관의 이견=웨이하이에 현지 공장이 있는 남동공단 K사 관계자는 “보따리상을 통해 긴급히 수송해야 할 원부자재를 현지 공장으로 보내고 있다”며 “중국 현지의 통관 절차가 까다로워 기계부속 1개를 컨테이너로 보내는데 한 달 이상 걸린다”고 말했다.

무역협회 인천지부는 보따리상의 무역 총액이 연간 수억달러에 이르는 만큼 이들을 제도권 안으로 끌어들이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경인지방식품의약품안전청 등은 보따리 무역을 양성화하면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은 중국산 농산물이 무분별하게 반입되는 등 심각한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인천본부세관 관계자는“집단행동을 통해 일을 처리하려는 것을 버리고 대화를 통해 상대편을 설득하려는 성숙한 의식이 필요하다”며 “바뀐 규정을 엄격히 적용해 통관 검사를 실시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보따리상과 세관의 갈등 배경=보따리상이 집단행동을 처음 벌인 것은 2000년. 그 해 8월 1일부터 보따리상을 비롯한 여행객의 휴대품 인정 총량을 70kg에서 60kg으로 줄인데 이어 2개월 뒤 다시 50kg으로 낮추면서 보따리상과 세관이 갈등을 빚고 있다.

전국의 보따리상은 1000여명으로 추산된다. 이 가운데 600여명이 인천에서 중국을 오가는 8개 항로의 국제여객선을 이용해 농산물과 한약재, 산업용품 등을 나르고 있다.

차준호기자 run-ju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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