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충남]계룡산 천황봉 옛모습 되찾는다

  • 입력 2003년 5월 14일 19시 05분


코멘트
계룡산 정상인 천황봉(天皇峰)이 30여년 만에 본래의 모습을 되찾는다.

충남도는 8월 말까지 공주시 반포면 천황봉(해발 845m)의 20여m 아래에 있는 지하벙커를 완전히 메우는 작업에 착수했다고 14일 밝혔다.

‘천황봉 지하벙커 되메우기 공사’는 도내 환경 산림 종교 여성 단체 관계자 300여명이 12일 천황봉을 찾아 황토 5kg씩을 배낭에 담아 벙커를 메우는 시범 작업으로 시작됐다.

이 지하벙커는 길이 43.5m, 폭 2∼5.9m 규모로 1972년 군사용으로 만들어진 것. 군 당국은 그동안 이 지역을 군사보호구역으로 지정해 시민들의 접근을 막아왔다. 더구나 한국통신은 1984년 이곳에 통신용 철탑(높이 35m)을 세워 천황봉의 경관을 크게 훼손했다.

이 때문에 ‘지하벙커와 철탑이 계룡산의 자연 경관을 해친다’ ‘천황봉의 맥이 끊어져 충청인의 정기가 살아나지 않는다’ 등의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됐다.

이에 따라 대전환경운동연합은 2001년 6월 계룡산 자연 경관과 환경을 해치는 이들 시설의 철거를 요구하는 청원서를 정부에 제출했다.

국무총리실은 요구를 받아들여 충남도 주관으로 지하벙커를 복원하도록 하고 소요 비용은 행자부(5억원)와 한국통신(4억원) 충남도(1억원) 등 3개 기관이 분담하도록 한 것.

이에 앞서 한국통신은 1999년부터 지난해까지 통신용 철탑과 통신소 등을 천황봉 200여m 아래로 옮기거나 해체했다. 충남도 관계자는 “지하벙커를 복원하면 천황봉은 옛 모습을 되찾아 시민들의 품으로 되돌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천황봉은 현재 성화채화 해맞이 산신제 등의 장소로 이용되고 있으나 과거에는 왕실이 제단을 설치하고 국태민안을 기원하거나 국난극복의 지혜를 구하는 장소로 활용됐다.

공주=지명훈기자 mhjee@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