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유흥가는 지금 ‘퇴폐와의 전쟁 중’

  • 입력 2003년 5월 13일 18시 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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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밤 서울 강남경찰서 소속 사복형사들이 논현동의 한 대형 안마시술소를 샅샅이 살펴보며 퇴폐영업 여부를 점검하고 있다. -김동주기자
11일 밤 서울 강남경찰서 소속 사복형사들이 논현동의 한 대형 안마시술소를 샅샅이 살펴보며 퇴폐영업 여부를 점검하고 있다. -김동주기자
《‘대한민국 대표 유흥가’라고 불리는 서울 강남지역을 관할하고 있는 강남경찰서가 ‘퇴폐와의 전쟁’을 벌이고 있어 그 성공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강남경찰서는 3월경부터 강남구 청담동의 T증기탕, 신사동의 Y증기탕 등 지명도가 높은 메이저급 증기탕을 비롯해 벌써 180개 업체에 대해 영업정지 등의 행정처분을 의뢰한 상태다. 관내 954개의 단란주점, 룸살롱과 80여곳에 달할 것으로 추정하는 휴게텔, 증기탕, 퇴폐이발소, 안마시술소 중 변태영업이나 특수윤락 첩보가 들어온 곳이 주 단속대상이다.》

강남서의 이 같은 강도 높은 단속에 대해 주민들은 뿌리 깊은 불법 탈법 ‘관행’이 사라지고 있다며 지지하는 편이지만 일부 업소들은 불경기 속에서 소비심리를 위축시키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현장=9일 오후 11시, 논현동의 ‘A마사지’에 8명의 사복형사들이 들이닥쳤다. ‘안마시술소’ 허가를 받고 ‘특별한 서비스’를 포함한 신종 증기탕 영업을 한 곳이다. 손님을 가장한 2명이 카운터로 종업원들을 모아 외부 연락을 못하도록 통제하는 순간, 다른 대원들은 ‘윤락’이 진행되던 방 두 곳으로 들어가 현장을 캠코더로 담고 증거물로 콘돔을 압수했다. ‘금요일 밤’인 탓에 12개의 방이 모두 차 있었고, 단속이 진행되는 중에도 카운터에 있는 경찰에게 ‘얼마냐’고 묻는 손님들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업주와 고객은 결국 윤락행위방지법 위반으로 입건됐다.

강남 최대의 규모로 3층 건물 전체에서 윤락을 하는 인근 ‘B안마’는 다음 단속 대상이었지만 실내외등이 모두 꺼져 있었다. 주변 동태를 감시해 업소측에 일러주는 이른바 ‘망발이’와 내부 CCTV 때문. 대원들이 흩어져 1시간을 기다렸으나 문은 열리지 않았다. 한 대원은 “단속 소문이 금세 강남 전역으로 퍼지기 때문에 하루 2곳 이상을 단속하기가 힘들다”고 전했다.

▽경과와 실태=강남경찰서의 단속 대상에는 ‘단란주점 허가를 받고 여성접대부를 두는 곳’ 등 관행상 일부 용인된 곳도 상당수 포함돼 있다. 일반음식점 허가를 받고 노래방 반주기를 둔 ‘가라오케’나 자유업으로 신고하고 1년가량 문을 연 뒤 폐업 처리해 ‘목돈’을 버는 신종 휴게텔도 집중 단속하고 있다.

경찰의 집요한 단속이 3개월 가까이 계속되자 강남 유흥업소 밀집지역에는 ‘내부수리’ 명목으로 문을 닫은 곳이 눈에 띄게 늘어났다. 그러나 아직도 대다수는 동태를 살펴가며 ‘숨바꼭질 영업’을 하고 있는 상태.

▽업주들의 역공=한 룸살롱 경영자(52)는 “동업종 사장들과 함께 집단탄원서를 제출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며 “경기침체와 주5일 근무 여파, 거기다 룸살롱 술값에 대한 ‘접대비 불인정’ 논란까지 더해져 손님은 계속 줄고 있는데 단속철퇴까지 맞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회사원 C씨(36)는 “역삼동 오피스타운에는 요즘 ‘잘못 놀다 망신당한다’는 소문이 퍼져 있다”며 “성인의 ‘즐길 권리’도 있는 만큼 융통성 있는 대처가 필요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그러나 강남경찰서 박용철 방범지도계장은 “업주들이 고위층과의 ‘끈’을 강조하며 단속완화를 요청하거나, 특정업소만 손보려 한다는 ‘인터넷 음해’까지 시도하고 있지만 물러설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4월 초 새로 부임한 남형수 서장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조인직기자 cij199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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