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일산 곳곳 軍시설 이전 마찰

  • 입력 2003년 5월 4일 18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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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안보를 위한 군 시설 보호가 우선인가, 주민들의 생활 편의가 우선인가.’

경기 고양시 곳곳에서 이 문제를 놓고 군부대와 주민 사이에 마찰이 일고 있다.

고양시 일산구 문봉동의 한 야산 입구. 왕복 4차로의 지방도로에서 약 100여m 떨어진 이곳엔 육군 백마부대 벙커 7곳이 있다. 최근 이 곳을 찾았을 때 벙커는 비닐하우스와 주거지를 향해 있었고 벙커 뒤로는 한 대기업이 만든 승마장이 눈에 들어왔다.

부대측은 “유사시 북쪽에서 내려오는 적을 막기 위해 꼭 필요한 작전 시설이지만 주민들의 요구에 따라 최근 신설한 승마장 입구의 벙커 3곳을 철거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주민들의 불만은 나무에 가려 벙커가 잘 보이지 않지만 벙커가 비닐하우스와 주택을 향해 있다는 점. 이 일대가 군사시설보호구역이라 사소한 건축행위 하나라도 군부대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데 승마장이 벙커 신설을 조건으로 허가를 받은 과정에 대해서도 의혹을 품고 있다.

문봉동 발전위원회 고문 이병우(李炳宇·47)씨는 “승마장까지 짓는 부지에 무슨 군사 작전이 필요한지 모르겠다”며 “있던 벙커도 없어지는 평화시대에 구시대적인 벙커를 만들었기에 반대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곳에서 20여분 거리인 일산구 탄현동 백마사격장. 부대측은 이전을 검토한 적이 없지만 고양시와 주민들은 사격장 이전 문제를 놓고 수년 동안 갈등을 빚어왔다.

아파트 건설 등 개발의 적지(適地)인 사격장을 문봉동 등 다른 곳으로 옮겨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자 문봉동 주민들이 반대하고 나섰기 때문.

이 사격장은 주변에 변변한 건물 하나 없던 1979년 세워졌다. 그러나 90년대 중반 탄현지구가 개발되면서 아파트들이 약 500m 거리까지 다가서게 되자 주민들의 반발이 시작됐다.

이 부대는 92년 한강을 따라 건설된 자유로 구간의 철책선 문제로 또 다른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시민들 사이에 “철책을 걷어 시민공원으로 만들자”는 철거론과 “철새 등 환경 보호를 위해 철책이 필요하다”는 보존론이 맞서고 있기 때문.

부대 관계자는 “주민들의 요구를 최대한 수용하며 작전을 수행하고 있으나 100% 만족시킬 수 없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고양=이동영기자 arg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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