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인천항 中여객선 사스검역 르포

  • 입력 2003년 4월 29일 23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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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오전 11시 20분경 인천 연안부두 제1국제여객터미널.

중국 옌타이(煙台)를 출발해 인천항에 도착한 국제여객선 ‘향설난호’가 부두에 접안하자 국립 인천검역소 직원과 군 당국이 긴급 파견한 의료진 등 8명이 배에 올랐다.

보따리상과 유학생, 산업연수생 등 승객 189명 가운데 90% 이상이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의 감염을 우려해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다.

길게 늘어선 채 검역 순서를 기다리는 승객들은 혹시 체온이 높게 나오지 않을까 하고 걱정하는 표정이었다.

승객들은 검역질문서를 제출한 뒤 1명씩 간호장교에게 체온 측정을 받았다. 이날 승객 2명의 체온이 정상체온보다 0.7∼1도 높아 별도 검역을 받았지만 사스 환자는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범수영씨(38·여)는 “옌타이에 있는 국제학교에 다니는 아들이 사스에 감염될 수 있다는 걱정 때문에 함께 귀국했다”며 “현지 학교 관계자들도 한국 유학생들과 가족들에게 별도의 연락이 있을 때까지 돌아오지 말라고 통보했다”고 현지의 급박한 상황을 전했다.

현재 중국의 모든 국제학교는 외국인 유학생들이 빠져 나가면서 사실상 휴교 상태에 들어갔다는 것.

보따리상 최모씨는 “생계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여객선을 타고 있지만 사스 때문에 걱정이 많다“고 말했다.

연일 계속되는 검역과 부족한 인력 때문에 자칫 검역업무에 구멍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인천검역소 직원 가운데 소장과 운전사 등을 뺀 순수 검역인력은 9명. 이날 군의관 4명, 간호장교 4명, 의무병 7명 등 군 의료진 15명이 보강됐다. 그러나 외항에 대기 중인 화물선 선원에 대한 검역까지 맡아야 하기 때문에 검역인력은 여전히 부족한 실정이다.

검역소 관계자는 “하루 평균 2, 3척의 국제여객선과 20척 가량의 화물선에 대한 사스 검역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파견 근무에 나선 한 간호장교는 “보건복지부가 일선 현장의 사스 검역인력을 크게 늘렸지만 제때 장비 지급이 이뤄지지 않아 어려움이 많다”고 밝혔다.

한편 사스 여파로 인천항 국제여객터미널의 이용객 수가 크게 줄었다.

인천∼중국 8개 항로의 국제여객선 승객은 사스의 위험성이 알려지기 시작한 3월 중순부터 예년에 비해 30% 이상 감소했다.

인천∼다롄을 오가는 대인훼리 관계자는 “일반 여행객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찬 바람이 불고 있다”며 “사스가 빨리 진정되지 않으면 상당한 적자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차준호기자 run-ju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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